♣ 六友堂記/♧작업실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매를 잡는 사람들

도솔산인 2022. 8. 11. 07:52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매를 잡는 사람들

 

 

  응방의 제도는 몽고에서 들어왔으며 응방의 관리는 고려인이 맡았다. 충렬왕 9(1283) 응방도감이 설치되어 이를 관할하게 되었다. 조선 왕조 시대에도 응방은 그대로 계승되었다. 응방 제도는 부침을 거듭하다가 숙종 41(1715)에 폐지되었다. 응방의 폐지 이후에도 지방에서 매를 공납하는 일은 그치지 않았다. 선인들의 유람록에 지리산 봉우리마다 매를 잡는 사람들의 움막과 덫이 설치되어 있다.’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에 원근의 관청에서 쓰는 매가 대부분 이 봉우리에서 잡힌 것들로, 그들은 눈보라를 무릅쓰고 추위와 굶주림을 참으며 이곳에서 생을 마친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1. 1472년 김종직의 「유두류록」

 

817, 시냇가에는 두어 칸 되는 초막(草廠)이 있었는데, 빙 둘러 섶으로 울짱을 치고 온돌(土炕)도 놓았다. 이것은 내상군(內廂軍)이 매(鷹)를 잡는 막사였다. 나는 영랑재(永郞岾)로부터 이 곳에 이르는 동안, 언덕과 산 곳곳에 설치해놓은 매잡이 도구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보아왔다. 아직은 가을이 깊지 않아 매 잡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은하수(雲漢)사이를 날아간다는 매가 어찌 이 빼어난 곳에 큼직한 덫을 설치해 두고 엿보는 자가 있는 줄을 알겠는가? 그래서 미끼를 보고 그것을 탐하다가 갑자기 그물에 걸려 노끈에 매이게 되니, 이것으로도 사람을 경계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라에 바치는 것은 고작 1, 2()에 불과한데, 재미있는 놀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난한 백성들로 하여금 눈보라를 견뎌가면서 밤낮으로 천 길 산봉우리의 꼭대기에 엎드려 있게 하니, 어진 마음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차마 못할 일이다.

 

[원문]見溪上草廠數間. 周以柴柵. 有土炕. 乃內廂捕鷹幕也. 余自永郞岾至此. 見岡巒處處設捕鷹之具. 不可勝記. 秋氣未高. 時無採捕者. 鷹準. 雲漢間物也. 安知峻絶之地. 有執械豐蔀而伺者. 見餌而貪. 猝爲羅網所絓. 絛鏇所制. 亦可以儆人矣. 且夫進獻. 不過一二連. 而謀充戲玩. 使鶉衣啜飧者. 日夜耐風雪. 跧伏於千仞峯頭. 有仁心者. 所不忍也.

 

 

2. 1610년 박여량의 두류산일록」

 

94<중략> 산봉우리를 바라보니 보이는 곳곳에 매를 잡는 움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실제로 매를 잡은 사람 수를 물어보니 한두 사람밖에 안 된다고 하였다. ! 움막을 엮고 덫을 설치하여 만리 구름 속을 나는 매를 엿보니, 높고 낮은 형세로 말하자면 현격한 차이가 나는 듯하지만, 매가 끝내 덫에 걸림을 면치 못하는 것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무릇 천하의 만물 가운데 욕심을 가진 놈은 제압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 됨을 어찌 돌이켜보지 않으랴? 또한 기구를 설치해놓고 기다리는 자들은 모두 자신이 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끝내 매를 잡는 사람은 한두 사람에 불과하니 잡히는 매의 수도 알 수 있겠다.

 

[원문]見峯頭處處設捕鷹幕. 問其捕得之數. 則不過一二人焉. 噫結豐蔀而設片具. 伺飛隼於萬里雲霄. 以高下之勢言之. 則似相懸絶. 而終不免架上之所掣者. 以其有慾也. 凡天下之物. 有欲者無不見制於人. 人爲最靈者. 寧不反觀焉. 且設具以伺者. 人人皆自以爲得之. 而畢竟所捕不過一二人. 則得失之數. 亦可見矣. 

 

 

3.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

 

44, <중략> 사당 밑에 작은 움막이 있었는데, 잣나무 잎을 엮어 비바람을 가리게 해놓았다. 승려가 말하기를, “이곳은 매를 잡는 사람들이 사는 움막입니다.”라고 하였다. 매년 8, 9월이 되면 매를 잡는 자들이 봉우리 꼭대기에 그물을 쳐놓고 매가 걸려들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대체로 매 가운데 잘 나는 놈은 천왕봉까지 능히 오르기 때문에 이 봉우리에서 잡는 매는 재주가 빼어난 것들이다. 원근의 관청에서 쓰는 매가 대부분 이 봉우리에서 잡힌 것들로, 그들은 눈보라를 무릅쓰고 추위와 굶주림을 참으며 이곳에서 생을 마치니, 어찌 단지 관청의 위엄이 두려워서 그러는 것일 뿐이겠는가. 또한 대부분 이익을 꾀하여 삶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리라. ! 소반 위의 진귀한 음식이 한 입도 안되지만 백성의 온갖 고통이 이와 같은 줄 누가 알겠는가?

 

[원문] 祠下有小幕. 編柏葉而障風雨. 僧曰此鷹幕也. 每年於八九月. 捕鷹者設罾罻於峯頂伺焉. 蓋鷹之善飛者. 能度天王峯. 故得之此峯者. 其才絶群. 遠邇官鷹. 多出諸此峯. 冒風雪耐凍餓. 了死生於此者. 豈徒官威是惕. 抑多射利而輕生者. . 孰知盤中之珍不滿一嚼. 而生民之萬苦千艱. 有如是哉.

 

 

4. 1686년 정시한의 「산중일기」

 

92, <중략> (묘적암에) 오랫동안 있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물을 치고 움막을 짓고 매를 잡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봉우리 꼭대기에 그물을 설치하였다.

 

良久歸來路. 見張網結㥊捕鷹者. 羅列峯頭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