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实踐人文

1489년 탁영 김일손 두류산기행록(동상원사)미답

도솔산인 2021. 9. 12. 11:45

1489년 탁영 김일손 두류산기행록(동상원사)미답

 

구글지도 : 토산 칠성님

 

 

4. 묵계사를 둘러보다

 

○ 4월 17, 을사일.

이튿날 아침 절의 승려가 짚신을 선물로 주었다. 골짜기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가는데, 오른편은 산이고 왼편은 냇물이어서 길이 매우 위험하였다. 숲 속을 10리쯤 가니 골짜기 입구가 조금 열렸다. 기름진 들판이 있어 밭을 갈며 살 만하였다.  10리를 가니, 거처하는 백성이 나무를 휘거나 쇠를 달구는 것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다. 내가 말하기를, “꽃이 피면 봄인 줄 알고 잎이 지면 가을이라 느낀다더니, 여기에 이러한 것이 있구나.”라고 하였다. 따라온 승려가 말하기를, “여기는 땅이 궁벽하여 이정(里正)이 기탄없이 횡포를 부려 백성이 번잡한 조세와 무거운 역으로 고통받은지 오래되었습니다.” 라고 하였다.

 

詰朝. 寺僧以芒鞋爲贈. 出洞而北. 右山左水. 道甚懸危. 行樹林中十里許. 洞口稍開豁. 有膴原可以耕而食. 又十里有居民. 揉木爲業. 鍛鐵爲生. 余曰. 花開爲春. 葉落爲秋. 有是夫. 從僧曰. 地僻而里正無忌憚. 民苦於賦煩役重. 久矣.

 

詰朝 : 다음날 아침 이튿날의 아침. 豁(활) : 1. 뚫린 골짜기 2. 소통하다(--) 3. 깨닫다 4. 넓다 5. 비다 6. 크다. 開豁 : 막힘이 없이 탁 틔어 시원하게 너름  도량()이 넓음. 膴 : 1. 포(), 포육(: 얇게 저미어서 양념을 하여 말린 고기) 2. 법() 3. 등심(-: 등골뼈에 붙은 살) 4. 크다 5. 두텁다 6. 아름답다 7. (토지가)비옥하다(--) 鍛鐵 : 쇠를 불려서 단련함. 또는 그 쇠(대장간)  이정(里正) : 100호 이정. 지금의 이장(里長)이나 통장(統長).

 

5리를 가서 묵계사에 이르렀다. 절은 두류산에서 가장 빼어난 사찰로 이름이 나 있었지만, 와서 보니 전에 듣던 것 처럼 빼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절간이 밝고 아름다우며 사이사이 금실을 넣어 특이한 비단으로 청홍색으로 만든 부처의 가사와 거처하는 20여명의 승려들이 묵묵히 정진하는 모습이 금대암의 승려들같이 볼 만하였다. 조금 쉬었다가 말을 돌려보내고 지팡이를 짚고 왕대 숲을 헤치며 나아갔는데, 길을 잃고 헤매다가 간신히 좌방사(坐方寺)에 이르렀다. 거주하는 승려는 3, 4명뿐으로 절 앞의 밤나무가 모두 도끼에 찍혀 넘어져 있었는데, 승려에게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한 승려가 말하기를, “백성들 중에 밭을 일구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는데, 못하게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탄식하며 말하기를, “높은 산 깊은 골짜기까지 이르러 개간하여 경작하려 하니, 국가의 백성이 많아진 것인데, 그들을 부유하게 하고 교화시킬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出五里抵默契寺. 寺在頭流. 最名勝刹. 而及寓目. 殊不愜前聞. 但寺宇明媚. 以間金奇錦. 靑紅雜製. 以爲佛袈裟. 居僧廿餘. 默然精進. 如金臺而已. 少憩. 舍馬扶筇. 披苦竹林. 迷失道. 間關抵坐方寺. 居僧只三四. 寺前栗樹. 皆爲斧斤斫倒. 問僧胡然. 僧曰. 民有欲田之者. 禁亦不能. 余歎曰. 太山長谷. 耕墾亦及. 國家民旣庶矣. 當思所以富而敎之也.

 

寓目 : 훑어보다. 점검하다. 눈여겨보거나 주목함. 寓 : 머무르다. 愜 : 1. 쾌하다(--: 마음이 유쾌하다) 2. 만족하다(滿--) 3. 맞다 4. 마땅하다 5. 합당하다(--) 6. 두려워하다 7. 무서워하다 8. 따르다. 媚 : 1. 아첨하다(--) 2. 예쁘다 3. 아양을 떨다 4. 아름답다 5. 사랑하다 6. 요염하다(--) 7. 좇다 8. 아첨() 9. 아양 10. 요괴() 11. 천천히.  間關 : 길이 울퉁불퉁하여 걷기 곤란(困難)한 상태(狀態)

 

조금 앉았다가 광대를 불러 생황과 피리를 불게 하여,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을 떨쳐버리려 하였다. 누더기 승복을 걸친 한 승려가 뜰에서 서성이다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이 배를 움켜잡고 웃을 만하였다. 드디어 그와 함께 앞 고개로 오르는데, 나무가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그 위에 올라앉아 보니 앞뒤에 큰 골짜기가 있었다. 푸른 기운이 어스름한 저녁나절 생황소리가 피리와 어우러져 맑고 밝은 소리가 산과 계곡을 울려 정신이 상쾌해졌다. 흥이 다하여 바로 내려오면서 시냇가 넓은 바위에 앉아 발을 씻었는데, 이 날도 여전히 음산하여, 동상원사(東上元寺)에서 묵기로 하였다. 한밤중에 깨었는데, 별과 달빛이 환하여 깨끗하고 두견새가 어지럽게 울어대 정신이 맑아져 잠이 오지 않았다. 나의 서형(庶兄) 김형종(金亨從)이 기뻐하며 말하기를, “내일은 천왕봉에 상쾌한 마음으로 올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네.”라고 하였다, 일찌감치 행장을 꾸리게 하였다.

 

少坐. 呼笙笛吹破湮鬱. 有鶉衣一衲. 班舞於庭. 蹲蹲然其氣象可掬. 遂與之俱登前峴. 有木橫道. 坐其上. 前後臨大壑. 晩色蒼然. 笙聲和笛. 寥亮淸澈. 山鳴谷應. 神魂覺爽矣. 興盡乃下. 坐溪邊盤石濯足. 是日猶陰. 遂宿東上元寺. 夜半夢覺. 星月皎潔. 杜宇亂啼. 魂淸無寐. 吾庶兄金亨從喜報曰. 明日天王峯. 可快意登覽也

 

笙笛(생적) : 생관적소(笙管笛箫)을 줄인 말 [모든 관악기]. 吹破[취파]= 불어서 깨뜨림. 湮鬱(인울) : 근심스럽고 답답한 것. ①메추라기의 모양(模樣) 같은 남루(襤褸)한 옷  ②군데군데 기운(氣運) 해진 옷. 해어진 옷. 낡은 옷. 班舞 : 斑舞 蹲蹲然 : 덩실덩실 춤 추는 모양이 멋들어짐. 掬 : 움키다(놓치지 않도록 힘 있게 잡다). 蒼然 : 저녁 녘의 어둑어둑함. 晩色蒼然 : 저녁 빛이 짙어 어둑어둑함. 寥亮 : 소리가 높고 명랑하게 울려 퍼짐. 寥 : 넓다, 광활하다(廣闊--) 亮 : 우렁차다, 크다. 청철(淸澈, 깨끗하고 맑게). 猶 : 5. 크게, 지나치게 6. ~부터 7.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