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마애석각

마천면 의탄리 새별들의 德巖 성혈(性穴, cup-mark)

도솔산인 2020. 10. 14. 14:35

마천면 의탄리 새별들의 德巖 성혈(性穴, cup-mark)

 

덕암(德巖)은 마천면 의탄리 새별들에 있다. 마을 사람들이 덤바우(바위)라고 부른다. 덤바우는 전라도 사투리로 큰 바위라는 의미이다. 의중 마을에 살았던 은계(隱溪) 이진우(李璡雨, 1897~1954) 선생이 이곳에 '德巖' 석각을 새겨 놓았다. 마애 석각 왼편으로 李璡雨(이진우)와 李輔雨(이보우)의 인명이 보인다. 덕암에는 15~20개의 성혈이 있다. 석각 연대는 알 수 없지만, 마천석 단단한 암질에 새겨진 여러 개의 바위 구멍이 뚜렷하다. 의탄리 새별들의  성혈은 지리산 둘레산길 3구간 바로 인근에 있어 탐방객들에게 안내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성혈을 검색해보니 대강 네 가지로 압축된다. 

 

1. 남녀의 성적(性的) 교합과 비슷한 행위를 통해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민간신앙(祈子信仰)의 한 형태

2. 농경 사회에서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천신에게 제사 지내는 신성한 장소로 마을의 상징적 경관에 위치함.

3. 선사시대의 신앙 혹은 별자리와의 관련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림이나 형상을 표현한 바위그림[岩刻畵]

4. 선사시대부터 청동시대는 물론 근세에도 개인이나 집단의 염원을 빌고자 성혈을 새기는 주술적인 행위가 지속됨.

 

성혈(星穴)의 연구는 암각화 연구에 포함 부수적인 분야로 생각하여 자체 연구는 드물다고 한다. 전인미답의 분야임에도 대전문화유산울림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느낌표(이창남)님은 '바위 구멍여행 한밭에서 피어나다.(이창남 저, 2014년)'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느낌표님에게 자문을 구하니 '별자리'라는 의견을 주셨다. 성혈(星穴)은 전국의 산야와 강가에 널리 산재해 있다고 한다. 참고로 '바위 구멍 여행'을 검색하면 느낌표님의 자료를 읽을 수 있다.

 

 

덕암(덤바우)
德巖/李璡雨 李輔雨 石刻
드론 사진I(지리산국립공원 함양분소 제공)
드론 사진II(지리산국립공원 함양분소 제공)
성혈I
성혈II
성혈III

 

 

새별들 덕암의 성혈 이야기

 

역학에 밝으신 임재욱 선생은 덕암 성혈을 자미원(紫微垣)의 별자리로 설명하셨다. '추성(楸城)도 북두칠성의 첫 번째 별인 추성(樞星)에서 유래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북두칠성과 칠성동, 칠선은 하나의 카테고리이다. ' '七仙은 일곱 신선(神仙)이지 선녀(仙女)가 아니다.'라는 견해이다. 이 의견은 조용헌 박사와도 상통(相通)한다. '방장제일문은 추성(七星)이 조림하는 불로장생의 선계(仙界)로 들어가는 카디널 게이트이다.' '성교(星橋)는 칠성동(七星洞)으로 들어가는 오작교(烏鵲橋)이다.' '추성 낙지에 명당이 있다.' '추성(楸城)은 북두칠성(北斗七星)의 추성(樞星)이다.' '추성(樞星)은 북두칠성의 첫번째 별로 카디날이고 돌쩌귀인 지도리에 해당한다.' '군사적 요새와 종교적 성지가 결합된 곳이다.' 그리고 '덕암은 고대로부터 마을 사람들의 기도터다.'라고 단언하시는데, 참으로 파격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문 회장님께 몇 번을 확인해도 '새별들'이라고 하셨다. 새별들 지명의 유래는 무엇인가. 새별들의 유래는 바로 그다음 날 새벽 조교수님이 보내온 사진에서 바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새별들과 금계동 방향에 떠있는 샛별과 그믐달이었다. '샛별이 조림하는 들'이라 '새별들'이라고 한 것이다. 금계동의 유래도 '北斗照臨七星洞 鷄鳴照臨金鷄洞'이다. 북두칠성이 조림하는 곳은 칠성동이요. 계명성(금성, 샛별)이 조림하는 곳은 금계동이다. 추성(樞星)은 북두칠성의 첫 별로 시계 바늘의 축이다. 지도리에 해당하며 신선세계의 중심인 추성(樞星)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지금의 추성(楸星)도 추성(樞星)에서 유래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새별들 덕암의 성혈이 그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그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지리산 국립공원 경남사무소 함양분소의 박동영 소장님께 드론 촬영을 의뢰하였다.

 

※ 자미원(紫微垣) : 별자리 이름. 고대의 별자리는 28수(宿) 외에 삼원(三垣)으로도 구분했다. 즉 자미원(紫微垣) · 태미원(太微垣) · 천시원(天市垣)이다. 자미원이란 황하 유역 북쪽 하늘의 북극성을 기준으로 그 주위에 운집해 있는 성운(星雲) 집단을 말한다.(다음 백과사전)

 

 

계명성이 조림하는 금계동에 대하여

 

산영 조박사님께 카톡으로 그믐달과 샛별 사진을 받았다. 추성에서 새벽에 하늘을 바라봤을 때 샛별(금성)의 방향에 금계마을과 덕암이 있다. 샛별이 비추는 들판이라는 의미로 '새별들'로 부른 듯하다. '새별들'은 칠성 신앙의 성지인 추성(樞星, 칠성동)에서 샛별을 바라보고 지은 지명이다. 금계동은 금마대 아래 계명성이 조림하는 곳으로 이해가 된다. 북두칠성이 조림하는 곳이 칠성동이고, 금성(金星, 샛별) 곧 계명성(鷄鳴星)이 조림하는 곳을 금계동으로 볼 수도 있다. 탄수(灘叟) 공과 삼송(三松) 공이 천문을 읽은 것이다. 계명성금성이고 샛별이다. '秘訣論集灘叟公. 臥遊江山三松公. 鷄鳴照臨金鷄洞. 北斗照臨七星洞.'이 아닌가. 주민들 중 '금계동'의 유래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

 

☞ 임재욱 선생의 의견

계명성의 샛별에서 새별들이 되었군요. 동넷분들이 새별들 내력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이 의아합니다. 삼송공이 말한 용유담의 천진폭포 주변에도 성혈이 있는지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28수 중 女宿(여수)에 포함된 하늘 나루터인 천진은 9개의 타원형 별자리입니다. 와유강산이 하우씨의 9년 홍수에 삼신산의 방장산으로 시작합니다. 삼손공의 북두조림과 탄수공의 오호 삼문 성교대가 바로 견우 직녀하고 천진의 별자리와 연관이 있습니다. 칠성원군이 조림하고 은하수인 엄천에 약작인 하고와 천진을 배치하고 견우와 직녀가 만나기를 고대하는 형상이 탄수공과 삼손공의 그림이라 생각됩니다.

 

☞ 河鼓星 : 독수리자리에 있는 열다섯 개의 별 중에서 가장 밝은 별. 하고(河鼓) : ‘견우성’의 딴 이름. 天津 9성 천진 하늘나루터 별자리 女宿(여수) : 하늘나루 별자리라 하여 항아 선녀가 은하수를 오가며 노닐다가 배를 매어 두던 곳이라고도 전한다.

 

 

새별들 방향의 샛별(금성)[사진 조박사님] 2020.10.15(음 08,29)
위성지도(사진 조박사님)

 

☞ 성혈(性穴, cup-mark)이란?

 

바위의 표면을 오목하게 갈아서 만든 컵 모양 혹은 원추형의 홈이다. 민속에서는 알 구멍, 알 바위, 알 뫼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성혈은 일반적으로 선사 시대의 신앙 혹은 별자리와의 관련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림이나 형상을 표현한 바위그림[岩刻畵]이라고 보기도 한다. 민간에서 알 바위나 알 구멍이라 부르는 장소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통해 근세에도 자손의 번창을 빌고자 바위에 성혈을 새기는 주술적인 행위를 지속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성혈은 한반도 뿐만 아니라 유럽,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시대에 걸쳐 나타나는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이다. 성혈(性穴)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목한 홈을 여성의 성기(性器)로 여기며, 이것을 여성의 생산성에 비유한 의례 행위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즉 오목한 홈을 만들고 다른 도구로 구멍 속을 비비면서 마찰하는, 남녀의 성적(性的) 교합과 비슷한 행위를 통해 생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모방 주술(模倣呪術)의(模倣呪術) 일종이며 민간신앙(祈子信仰)의 한 형태이다.

 

고인돌을 민간에서는 칠성 바위라고 하듯이 고인돌 상석에 성혈이 새겨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암각화에 마제 석검이나 이형 청동기가 새겨진 예가 흔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암각화는 주로 청동기 시대에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암각화나 지석묘 상석에 새겨진 성혈은 보통 농사가 잘 되어 풍년이 들기를 천신에게 비는 장소에 새겨졌을 것이다. 성혈은 농경사회에서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적 의식의 표현으로 생각된다. 유적의 입지도 마을의 상징적 경관에 위치함으로써 그 자체가 성스러울 뿐만 아니라 관련된 의례가 성스러운 행위로써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