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추억산행

내설악 공룡능선&대청봉과 구곡담(070117~19)

도솔산인 2012. 8. 28. 09:30

 

내설악 공룡능선&대청봉과 구곡담(070117~19)

 

■ 일      시 : 2007. 1. 17(수)  ∼ 19(금)[2박 3일]
■ 장      소 : 설악산
■ 인      원 : 2명(나와 윤기현군) 
■ 코      스 : 용대리(1박) -  백담사 -  수렴동 -  마등령 - 1275봉 - 희운각(1박) - 소청봉 - 소청산장

                 - 봉정암 - 수렴동산장 - 백담사 - 용대리

 

* 1일차(17일)

 기현이의 알바시간에 맞춰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출발...

지난 10월 지리산에서 스물 여섯의 혈기 넘치는 청년과의 인연은 벌써 네번째 산행으로 이어집니다.

11월에는 속리산 서북능선, 12월에는 덕유산 종주, 내설악 일원 탐방...

12시가 다 되어 용대리에 도착해 상가 데크에서 야영을 합니다.  

 

* 2일차(18일)

4시에 일어나 연유를 끓여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배낭을 꾸려 계근을 합니다.

22.9kg(+물 4리터) 기현이 21.6kg(+물 2리터)

 

 백담사에 도착해 따뜻한 해우소에 들어가 세면과 양치를 합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사찰은 적막이 흐릅니다. 10여년 전 처음 찾았을 때와 지금의 백담사 모습은 너무도 많이 변해 있습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성지가 탐진치로 오손됨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곳이 1908년 의병장 운강 이강년 선생의 최후 격전지임을 알리는 이도 없으니...

 

  

 雪夜(눈 내리는 밤)

                                     韓龍雲(1979∼1944)

 四山圍獄雪如海한대       衾寒如鐵夢如灰라.

 鐵窓猶有鎖不得하니       夜聞鐘聲何處來오?

 

 사방 산들은 감옥을 둘러싸고 눈은 바다와 같은데,

 차디찬 이불은 쇠와 같고 꿈은 재와 같구나.

 

 쇠창살로도 오히려 잠글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밤에 들리는 종소리 어느 곳에서 들려 오는가?

  

 

 수렴동 산장에 도착 이경수 어르신을 찾으니 중년 아낙과 아들이 맞이 합니다.

어르신의 안부를 물으니 연로하셔서 겨울이라 하산하시고 날이 풀려야 올라 오신다고 하니, 드릴려고 가지고 온 사골 국물에 떡국을 끓여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가야동을 향하는데 얼음이 얼지 않았으니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길을 막습니다.

 

 신고한다고 하기에 가야동 계곡을 건너 오세암을 향합니다.

벌목자가 베지 못한 거대한 저 전나무 군락을 지나 망경대 삼거리에서 기현이가 잠시 숨을 돌리기에 사점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오세암에 도착해 배낭을 내려 놓고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4리터 수낭과 날진 물병에 물을 담는데, 보살님이 식사를 권하시며, 일주일 전 마등령에서 오세암으로 내려오다 길을 잃고 동사한 사고 이야기를 합니다.   

 

 마등령으로 가는길...

엉덩이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 길이 햇빛에 녹았다 다시 얼어서 반질반질하고, 거기에 물까지 넣었으니 만만치 않은 중량(?), 익스트림 산행에 익숙지 않은 기현이에게 아마 이번 산행이 산행 입문의 훌륭한 관문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산행은 사점을 넘나드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마지막 된비알을 막 올라선 녀석을 재촉하여 마등령을 향합니다.

 

 곰골 방향으로 선명한 죽음의 흔적을 바라봅니다.

왜! 곰골로 내려갔을까? 시그널일 수도, 선행자의 발자국일 수도...

아마 죽음의 시그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등령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군용 자켓을 입은 홀로 산객이 돌탑 앞에서 라면을 드시길래 인사를 합니다. 어제 오후 3시에 도착해 6시간에 소청까지 올라왔다는 분, 오늘 산행을 하며 유일하게 만난 사람입니다.

     

 

 

 

 홀로 산객과 인사를 나누고 1시 40분 마등령을 출발합니다.

겨울 공룡의 아름다움은 가슴이 설레여서 도저히 말로써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1275에 도착해서 힘겨워하는 기현이에세 배낭를 내려놓고 휴식을 하게 합니다.

'다음에도 다시 오자고 하면 올 수 있겠나?'라는 질문에

'그럼요. 선생님! 서북을 꼭 하고 싶습니다'

'녀석! 그래 오늘 보니 대단하다. 너는 할 수 있다. 클럽 선배나 윤대장 아니면 내가 함께 하면 허락한다'

 오늘 힘들었텐데... 힘들어도 표현하지 않는 것이 기특합니다.

   

 

 

 

비박 싸이트에서 바라본 범봉 

 

 내려가는 남쪽 바위 슬랩은 항상 얼어 조심해야 할 곳입니다.

1275 안부 비박 싸이트 목적지에 도착하니 3시 30분...

배낭에 물 6리터와 텐트가 있지만 희운각까지 가기로 일정을 변경합니다.

 

오른쪽 안부 비박 싸이트

 

 

겨울 공룡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말로도 글로도 사진으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분은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지난해 2월 3일 신선대 오르막에서 오후 4시 쯤 대충산사 수봉님을 만난 일이 있습니다. 사모님 그리고 막내와 함께 하는 혹한기의 백두대간...그 날 온도계를 보니 영하 18도...

염려가 되어 신선대에서 그 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 보았습니다.

 

 죽음의 위험이 있는 산을 찾는 까닭은 죽음을 견디는 삶의 뜨거운 희열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선대에 도착해 지나온 길을 바라봅니다.

 

 희운각에 도착(17:30)하니 산장 관리인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며 소속과 계급을 물어 보며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합니다. 안에 **소속 선배분들이 와 계신데 아는 분일 거라고 자꾸 말을 겁니다.

 

 고기를 구워 기현이를 먼저 먹이고...

메뉴는 뜨거운 밥과 황태국, 그리고 된장찌개, 고등어 자반, 어리굴젓...대피소에 들어가 저녁을 먹는데, 산장지기가 말하던 선배라는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거는데 '대전에서 오셨다구요? 혹시 * * 아시나요? '라고 묻는데 산장지기와는 달리 인상이 좋고 언어가 분명하고 예의가 있어 인사를 나눕니다.

'저는 대산련 * * 연맹 전무이사를 맡은 * * * 입니다. 아드님하고 오셨군요?' 다행히 그 분이 물어 보았던 후배 이름이 생각나 아는 정도의 근황을 이야기하고, 윤대장의 안부까지 묻는데 세상은 왜 이리 좁은지 모릅니다.   

    

* 3일차(18일)

 아침을 먹고 별이 총총한 희운각 출발합니다.(05:30)

가파른 오름길 기현이가 염려되지만 외모에 비해 녀석이 제법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오늘의 산행은 마음이 편안합니다. 윈드자켓을 꺼내 입고 새벽 칼바람을 막아 보지만 살을 에는 바람이 온 몸을 파고 듭니다.

 

 수년 전 영하 26도에 몸을 가눌 수 없는 바람, 숨을 쉬면 가슴이 아프고, 슬러시를 먹은 것처럼 머리가 띵해서 결국 소청 산장으로 도로 내려갔던 기억이 되살아 납니다.

 

 바람은 있지만 기온은 -8도...

기현이를 돌아보니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중청에 도착 배낭을 내려 놓고 기현이 보온 장구를 챙겨줍니다.

 

 기현이가 대청봉에 올라간 후 기다리는 동안 공단 직원으로부터 12일 곰골에서 시신을 발견하고, 13일 구조대 대원들이 유가족에게 인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니들은 것만 못합니다. 

                 

일출 

 

 

 

 

 소청봉을 내려서며 증명사진을 한장 박고...

소청산장에서 산장지기와 인사를 나누고 배낭을 내려 놓고 남은 연유를 데워 몸을 녹이며 오늘의 일정을 협의합니다.

 

 

 

 

봉정암 

쌍폭 전망대

 

 쌍폭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지난 해 수마가 휩쓸고 지나간 계곡을 따라 쉼 없는 하산 길을 재촉합니다.

 

 

 수렴동 산장에 내려와 고구마 밥에 시원한 황태사골찌개로 느긋한 점심을 먹고, 이제 등산로를 벗어나 계곡을 따라 얼음 위로 내려 옵니다.

   

 

 

 

 

 백담사에 내려오니 마침 설악산 산양 지킴이 <박그림>씨의 생태학교 체험학습 현장을 목격하게 되어 사진에 담았습니다.

 

 

  일주문을 지나는데 기현군의 용기로 용대리까지 KT인제소장님 차량을 얻어 타는 행운을 얻습니다. 

그분 역시 '아드님하고 오셨어요?'라고 라고 물으니, 기현이는 스스럼없이 '예"라고 답변하는데도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주차해 놓은 메아리 산장에서 사장님이 주시는 산약초로 만든 차를 얻어 마신 후 미시령을 터널을 지나 학사평에서 바라본 울산바위의 모습입니다. 

    

울산바위

 

 물치항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산행에 대한 촌평과 소감을 이야기하고 산행를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