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지리동부 영랑재 가는 길(140117~19)

도솔산인 2014. 1. 20. 09:13

 

 

지리동부 영랑재 가는 길(140117~19)

 

 

 

▣ 일   시 : 2014년 01월 17일 ~ 19일

▣ 대상산 : 지리산

▣ 코   스 : 새재산장 - 청이당 - 국골사거리 - 두류봉 - 영랑재 - 하봉헬기장 - 치밭목 - 새재산장 

▣ 인   원 : 6명(미산님, 사니조아님, 김선권, 오만과방자, 홍순구)

 

 

 

 

<獨無想臥雪山> - 홀로 설산에 생각 없이 누웠네 

 

 

설산 고스락에 좌상 틀고 앉은 새야

설움 덮고 바위 끝에 병든 삭신 뉘였더냐

 

고적함이 서러워 울먹대는 첩첩산중

녹슨 삼지창이 내 발등을 찍는구나

 

세속에 지친 시름 겹겹이 천산을 이루니

산천 벗도 부질없어 땅을 품고 엎드렸네.

 

 

 

月琴 <金住乙>님의 시조를 임의로 몇 글자 퇴고했음을 밝힙니다.

 

출처 : 다음 블로그 月琴 김주을

http://blog.daum.net/jueul6602

 

 

 

여러 번 읽어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산시조를 읊으며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부는 지리동부로 들어갔다.

 

청이당에 이르니 바람이 거세어 잠시 머물 곳이 없다.

바위 아래에 자리를 잡고 콧물이 빠진 떡국을 먹었다.

 

국골사거리에서 두류봉에 오르니

狂風이 몰아쳐 몸을 가눌 수 없다.

 

산을 이 맛으로 다니는거지. 뭐!

 

 

한라산이 은하수(漢)를 잡을(拏) 수 있는 산이라면

지리는 백頭에서 산줄기가 뻗어내려와(流) 두류산

상봉 중봉 하봉 끝봉이니 두류봉이 말봉이 아닐까?

 

아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거늘 잡생각이 蠢動한다.

 

 

 

 

 

 

 

 

 

 

 

 

 

 

 

국골사거리

 

却說하고...

 

국골사거리에서 1618봉까지 예상했던 숫눈길이다.

 

지리에 눈이 없다고 실망하는 사람들아!

천리마가 없는 것이 아니고  백락이 없기 때문이다.

 

<홍순구>군을 앞세우니 등로를 자꾸만 이탈해서

선두를 바꿔 사점을 넘나드는 황홀경에 몰입했다.

 

몇 군데는 스틱을 접고서야 오체투지로 올라갔고

눈이 너무 깊어서 1618봉까지 두 시간이나 걸렸다.

 

오감에 의지해 길을 찾고 짐승처럼 포효하며 걸었다.

 

마암 갈림길에 이르러 비로서 선두를 넘겼지만

스패츠 한다고 젊은 것이 뒤로 자빠지네. 주길놈!

 

 

 

 

 

 

 

 

 

 

 

 

 

 

 

 

 

 

 

 

 

 

 

 

 

 

 

 

국골사거리에서 영랑대까지 세 시간 걸렸으니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데 하늘이 열렸다.

바람이 거세어 몸을 가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칼바람을 맞아 모두 얼굴이 술을 마신 듯 붉다.

젤트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며 망중한을 즐겼다.

 

 

 

 

 

 

 

 

 

 

 

 

 

 

 

 

 

 

 

 

 

 

 

 

 

 

 

 

 

 

 

석양에 般若가 퇴근하는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삼지창으로 내 발등을 찍는다.'

는 말을 자꾸 되뇌였다.

 

산 인연이라는 것도 白馬過隙 백마과극이야...

 

지난 밤 구상나무 울음 소리에 다들 잠을 이루지 못했지.

 

 

 

 

보름이 지난지 며칠인데 아직 보름달이야.

 

 

 

아침 빛이 밝아오는데 내 마음  왜 이리 아린지....

 

 

 

 

 

 

 

 

 

 

 

 

 

 

 

고사목에는 젤트 끈으로 거미줄을 치고....

 

 

 

젤트에서 아침에 나누는 차 한 잔의 즐거움이야...

 

 

 

상복을 입었던 구상나무는 새옷을 갈아입고 아침 빛을 머금었다.

 

 

 

 

 

 

나의 오랜 岳友 <미산>님과 <사니조아>님!

 

 

 

 

<미산>선생님과는 오랫동안 산을 섞은 관계다.

 

 

 

니들이 내려가면 죽을 줄 모르고 오늘도 나를 앞장 세우는구나.

 

 

 

 

 

 

 

 

 

 

 

늘 한결같은 <미산>선생님을 넘을 자는 없다.

 

 

 

 

 

 

 

 

 

 

 

 

 

 

 

바위가 사람의 얼굴로 보이니 나 원 참!

 

 

 

 

 

 

 

<홍순구>가 팔만원(?)짜리 묻어놓은 술을 찾고 있다.

 

 

 

 

 

 

 

아무튼 입술 부르튼 나무는 치밭의 이정표다.

 

 

 

 

 

 

 

새재 산장에 도착하니 사장님 부부는 출타하시고

곶감을 팔아 드리려고 작정하고 왔는데 奈何奈何?

 

하루에 갈 길을 이틀을 자고 사흘이나 즐겼으니

나를 믿고 따라주신 산우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