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설렘 지리동부(130216~17)
▣ 일 시 : 2013년 2월 16일(토) ~ 17일(일)
▣ 대상산 : 지리산
▣ 코 스 : 새재 - 청이당 - 마암 - 영랑재 - 치밭목 - 새재
▣ 인 원 : 3명[<미산>님, <진정화>님, 余]
전날 산행에 대한 설렘과 竦身症(송신증)으로 잠 못이루다가
혹 잠들면 일어나지 못할 것이 염려되어 새벽 2시에 출발했어.
어둠이 짙게 깔린 적막한 대진고속도로를 디립다 달려갔지.
원지에서 <정화>씨를 픽업 소막골에서 <미산>님과 합류 새재로 올라가 잠시 눈을 잠시 붙이려는데,
누군가 조개골산장에서 내려와 <미산>님과 인사를 하는거야. 자세히 보니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네.
지리가 참 좁기도 하지. <꽃노루귀>님을 여기서 만나네...
우리가 먼저 출발하여 조개골과 청이당계곡 합수부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조개골과 청이당으로 달리 하기로 했어.
청이당으로 오르는 길은 이제 눈도 많이 녹았고
바람은 좀 차가우나 산행 하기에는 좋은 날씨야.
이번에도 붉은 페인트가 산길을 친절하게 안내했어.
오르는 도중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달뜨기능선은 참 곱기도 하지.'
조용한 청이당 계류에 이른 시각 점심 자리를 폈는데
눈밭에서는 배낭 깔고 앉고 우린 의자 같은 거 없거든.
마암에 들렀을 때 작은 조개골에서 사람 소리가 났는데 <마등자>님 일행일 줄이야.
감기로 고생을 하는 중이고 발가락을 다쳐서 치료 중이라며 먼저 내려간다고 하시네.
산에서 세 번 째 만남인데 반갑지.^^
1618봉 안부에 이르러 앞에 가는 분의 템포에 맞추기가 어려워,
밤을 꼬박 새우고 하는 산행이라 배낭의 무게가 점점 느껴지네.
어휴! 나 오늘 너무 힘들어.
드디어 고사목 사이 치밭목 대피소가 보이네.
결국은 자기를 학대하는 산행이 되어 버렸어.
술에도 짐에도 잠에도 장사가 없지.
반야낙조가 반야에서 보는 낙조든 반야로 지는 낙조인지 난 상관 없지만,
그래도 낙조와 일출은 박산행에서 덤으로 얻는 '특별한 보너스'라고 생각해.
해가 마지막으로 반야봉에 의문표를 던지고 사라지네.
갑자기 피곤이 밀려와 일행 두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매트를 깔고 잠시 누웠는데 계속해서 환청이 들렸어.
'지친 몸 지탱하려고 잠시 포단 빌려 잠을 자는데..'
점필재 '숙고열암' 구절이 떠오르는데 실로 주접 떠는거야.
오늘은 바람 한 점 없고 처연한 초승달 도끼질 하는데,
구상나무도 하얀 소복을 벗더니 전혀 슬퍼하지 않더군.
아침에 하봉쪽에서 <산사>팀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데
어젯밤에는 환청이 아니라 사람들 이야기 소리였어.^^
까마귀는 우리의 거동을 살피더니 박싸이트로 힘껏 날아가고...
하봉 안부에서 <산·사>팀이 실제로 풍찬노숙을 하는데....
침낭과 메트리스, 상하의 우모복에 극지용 장비가 빵빵해.
나는 우모복 한 벌 없이 동계 산행을 다 마쳤는데...
'부럽다와 무겁다.'는 능력과 취향의 차이가 아닐까?
'헬기 타고 경상대병원에 후송되었을 때 달려와줘서 고맙다.'고
꼭 하고 싶은 말인데 고맙다고 하는데 어렵게도 4년이나 걸렸어.
그리고 <산·사>팀에게 공손히 작별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지.
사태지역에서 이 곳까지는 발자국이 없더니...
朝開골을 건너고 치밭으로 가는데는 누군가 헤맨 흔적이 역력하더군.
.
새재에 내려오니 진눈개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산·사>팀을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먼저 출발했어.
가는 길에 잠시 산천재에 들러 남명매에게 직접 花信을 물었더니,
초록 이끼 도포에 꽃술을 머금고 얇은 입술로 살포시 미소 짓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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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타니파타』의 한 구절을 引用하며 산행기를 맺는다.
如獅子聲不驚(여사자성불경)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如風不繫於網(여풍불계어망)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如蓮花不染塵(여연화불염진) :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如犀角獨步行(여서각독보행)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리라.
(*)貪嗔癡 : 탐냄 성냄 어리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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