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정보

한시로 찾아가는 영신암

도솔산인 2012. 2. 26. 02:54

 

♣ 한시로 찾아가는 영신암 ♣

 

2008년 10월 12일 세석 인근 숲속에서

<산유화>님이 땅 속에 묻어놓은 술을 저의 일행이 습득한 일이 있어

그 술 일부를 갚는 의미에서 '한시로 찾아가는 영신암'을 기고합니다.

 

술병(미사일)에는 유성펜으로 '지리99 산유화가 남겨놓은 술이니

마음 놓고 드세요.'와 '날짜와 서명'까지 있었고 글씨는 달필로 기억합니다.

 

지리 탐구팀 여러분! 영신사지를 찾으셨는지요?

 

사비로 탐구 산행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영신사지에 대한 제 생각과 점필재 한시 영신암의 국역을 산유화님께 드립니다.

 

그래서 모 한시카페와 고전국역원에 있는 점필재 영신암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1. 모 한시 카페의 靈神菴(영신암)

 

箭筈車箱散策回(전괄거상산책회) : 전괄거상에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노선방장석문개) : 방장의 노선사가 을 열어준다

明朝更踏紅塵路(명조갱답홍진로) : 내일 아침이면 다시 세상길 밟으리니

湏喚山都沽酒來(회환산도고주래) : 천천히 산도를 불러 술이나 사오게나.

 

 

2. 고전국역원의 영신암(靈神菴)

 

전괄거상을 두루 산책하고 돌아오니 / 箭筈車箱散策回

늙은 선승의 방장에 돌문이 열리었네 / 老禪方丈石門開

내일 아침엔 다시 붉은 먼지를 밟아 가리니 / 明朝更踏紅塵路

원숭이 불러서 술을 사오도록 해야겠구나 / 須喚山都沽酒來

  

 

☞注 전괄箭筈과 거상車箱 : 전괄箭筈은 화살 끝처럼 좁은 산마루를 말하고, 거상車箱은 마치 수레의 짐칸처럼 우묵한 골짜기를 말하는데, 또는 전괄령(箭筈嶺)과 거상곡(車箱谷)의 명칭으로도 쓰는바, 두보(杜甫)의 망악시(望岳詩)에 거상의 골짝에 들어서니 돌아갈 길이 없고 전괄로 하늘을 통하는 문 하나가 있구려[車箱入谷無歸路 箭筈通天有一門]” 한 데서 온 말이다.<杜少陵詩集>

 

 

위 1과 2는 오자도 있고 국역의 오류도 있습니다.

결정적 시어 돌문도 석문과 어감이 많이 다릅니다.

원숭이에게 술을 사오라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위 한시 1과 2는 글자도 한 글자 다릅니다.

 

1은 湏(세수할회), 2는 須(모름지기수)인데 둘 중 하나는 오자입니다.

요즘 한문 서적은 보는 이가 적으니 가는 곳마다 오자가 부지기수입니다.

 

한시 카페 4구 湏(회)는 '천천히'로 국역했는데

湏(회)는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로 須(모름지기수로 보았습니다.(정정내용)

 

증고열승에도 같은 자[湏(회)]가 나오는데 확신이 가지 않습니다만

영신암 찾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전괄과 거상을 안내한 사람에게 술을 받아오라.'고 신신당부한거지요.

 

4구 ‘山都’는 직역하면 '원숭이의 우두머리'

헝크러진 머리로 원숭이의 형상에 가까운

 '산촌마을 우두머리' '산촌 마을 촌장'

즉 '세석 촌장’으로 세석에 마을이 있었나 없었나 모르지만,

"모름지기 '마을 대표'를 불러 술을 사오게나."라고 국역하겠습니다.

산도은거하는 선비들의 우두머리입니다(120315)

  

 

 다시 1구로 돌아가

전괄’은 화살촉처럼 뾰족 뾰족한 여러 봉우리로 창불대를 가리키고

거상’은 한번 내려가면 돌아올 수 없는 골짜기이니 대성폭 같습니다.

 

위의 푸른 글씨 문구가 이해를 돕겠습니다.

 

 

3. 영신암 현대판 국역

 

영신암에서

 

창불대와 대성폭을 산책하고 돌아오니

방장의 노선사가 을 열어주네.

 

내일 아침이면 속세의 길을 다시 밟으리니

모름지기 ‘촌장’을 불러 술이나 받아오시게.

 

'세수하고'를 '모름지기'로 정정합니다.(120315)

 

 

현장을 답사하지 않고 국역한 분은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이곳을 여러번 다녀가신 탐사팀 여러분은 이해가 빠를 겁니다.

 반복해서 영신대 주변 상황을 생각하며 읽어보면 감이 옵니다.

 

  

산책을 하며 안내자에게 '창불대는 하늘로 통하는 석문으로 올라가고

대성폭포는 한번 내려가면 올라올 수 없다.'는 설명을  듣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해

'영신암'에 두보의  '망악시'에 나오는 전괄거상 시어를 차용한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여기에서 '전괄'과'거상'은 조연 ‘석문’은 영신사를 찾는 핵심 주연입니다.

 

아무튼 한시 내용으로 미루어

영신사지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고

'영신사와 영신대는 하나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괄(箋筈) : 창불대(111002~03)

 

거상(車箱) : 대성폭상류(090925~27)

 

영신대 석문(120204~05)

 

탐구팀에서 좌고대와 석가섭을 찾는데에 치우쳐

영신암시에서 전괄과 거상, 석문을 간과看過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지막 날은 점필재선생이 나막신을 신고 산행하셨네요. 

술은 주량불변의 법칙에 따라 조만간 방법을 연구하겠습니다.

 

 제가 올린 내용에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시면 수정하겠습니다.

 

끝으로 드리는 말씀은 '좋은 생각하면 좋은 사람. 나쁜 생각하면 쁜사람' 입니다.

이 졸고拙稿를 읽는 분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2012년   02월   25일

 

                                                                                            도솔산 연소재 학인 이 영 규 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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