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한시모음

山寺夜吟<鄭澈>

도솔산인 2007. 10. 10. 09:52

2. 秋夜        <鄭澈>

 

 蕭蕭落葉聲     錯認爲疎雨

 呼僧出門看     月掛溪南樹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 잎소리            성글은 빗소리로 착각하고서 

아이 불러 문밖에 나가 보랬더니       달이 시냇가 나뭇가지 남녘에 걸렸다 하네

 

[감상]

중과의 대화형식으로 쓰여진 이 시는 송대(宋代) 구양수(歐陽修)가 지은 <추성부(秋聲賦)>의 표현방식을 취한 것으로 여겨진다. <秋聲賦>의 첫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구양자(歐陽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다가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섬� 놀라 귀기울여 들으며 말했다. “이상하구나!” 처음에는 바스락바스락 낙엽 지고 쓸쓸한 바람 부는 소리 더니 갑자기 물결이 거세게 일고 파도치는 소리같이 변하였다. 마치 파도가 밤중에 갑자기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물건에 부딪쳐 쨍그렁 쨍그렁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것 같고, 또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군대가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 듯 호령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이 들리는 듯 했다.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네 좀 나가 보아라” 동자가 말하였다. “별과 달이 밝게 빛나고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으며 사방에는 인적이 없으니 그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가을밤에 들려오는 소슬한 낙엽 소리 등을 듣고 일어나는 감회를 동자와의 대화형식을 빌어 쓴 것으로 자연의 추이(推移)와 인생의 덧없음을 탄식한 작품이다.

송강(松江)의 <산사야음(山寺夜吟)>은 비록<秋聲賦>의 표현방식 중 일부를 빌어 쓴 작품이기는 하지만, 위에 나타난바와 같이<秋聲賦>에서 나타난바, 가을밤의 서정에 대한 세밀하고 구체적인 묘사나, 무겁게 표현된 가을의 처량한 분위기 등은 나타나 있지 않다. 오언절구(五言絶句)라는 짤막한 형식을 통하여, 오로지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 대한 청각적 묘사를 통하여 가을밤의 정취와 자신의 초탈한 내면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하는 정민 선생의 글]

 가을밤에 시인이 산사(山寺)로 놀러와 하루 밤을 묵게 되었다. 좀체 잠은 오질 않고 정신은 점점 더 또랑또랑해져만 간다. 창밖에서 갑자기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좀 전까지 하늘이 맑더니 웬 비가 오는 걸까? 

 손님은 절의 꼬마 스님을 부른다. "밖에 비가 오나 봐라."

스님이 대답한다. "저기 시내 남쪽에 달님이 걸려 있는데요. 손님." 

 비는 무슨 비냐는 말씀이다. 손님은 비가 오느냐고 물었는데, 스님은 달이 걸렸다고 대답했다. 달이 걸렸으니 비가 올리는 없고, 그렇다면 좀 전에 내가 들었던 소리는 무슨 소리였을까? 그제서야 좀 전 방안에서 들었던 그 소리가 빗소리가 아니라 낙엽 지는 소리였음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처음에 시인은 비 오는 소리로만 알았는데, 사미 스님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그것이 낙엽 소리였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손님의 물음에 뚱딴지같은 스님의 대답이 재미있다. 스님이 만약, "비 안와요. 낙엽 지는 소리예요. 손님!" 하고 대답했다면 이것은 시가 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직접 말하지 않고, 사물이 대신 말하게 하는 것, 이것이 한시에서 말을 건네는 방법이다. 비가 안 온다는 사실을 입에 담지 않고, 달이 떴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리고 시인은 그 말을 듣고서, 달이 떴다면 빗소리는 아닐테고, 그렇다면 낙엽 지는 소리였구나 하고 깨달았지만, 그런 중간 과정은 다 말하지 않은 채 생략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다 알아듣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말하지 않고도 말하는 방법이다

 

* 鄭澈

 정철(1536~1593) 조선(朝鮮)의 정치가(政治家), 문신(文臣), 시인(詩人). 호는 송강(松江) 시호(諡號)는 文淸(문청) 그는 정치가로서보다는 시인으로서 문명을 떨쳤으니 당대 歌辭文學(가사 문학)의 대가로서 時調(시조)의 尹善道(윤선도)와 더불어 한국 詩歌史上(시가 사상) 쌍벽을 이룬다. 思美人曲(사미인곡), 續美人曲(속미인곡), 星山別曲(성산별곡) 등 수많은 가사와 단가를 지었다. 저서(著書)에 [松江集(송강집)], [松江歌辭(송강가사)], [松江別追錄遺詞(송강별추록유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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