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정보

지리산 황금능선

도솔산인 2006. 6. 12. 20:57



 천왕봉에서 동남쪽으로 뻗은 긴 능선은 어느 가을날 갑자기 황금빛으로 물든다. 더욱이 남해바다가 금빛으로 들끓는 새벽이면 중봉에서 시작된 이 능선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황룡처럼 꿈틀거린다. 능선상의 초원지대가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든다고 하여 황금능선이라 부르는 이 동남부능선은 중봉에서 시작 동으로 뻗은 써리봉에서 다시 동남쪽으로 머리를 들어 국사봉을 거쳐 구곡산에 이르는 긴 코스이다. 이 코스는 능선상에 물이 없는데다가 써리봉 주변에서 길찾기가 어려워 등산인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능선은 떼가 묻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미로를 풀어나가는데 흥미를 가진 산악인들에게는 매력만점의 등산로이다. 도중에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이 능선은 천왕샘에서 수통을 채워야 한다. 중봉 못미쳐 동쪽으로 길 아래에 샘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부근을 지나면서 여러번 확인 하려했으나 찾지 못했다. 천왕봉에 올라 오기전에 물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고생하기 마련이다. 중봉에서 본 황금능선은 침엽수림으로 이루어진 하봉능선과 다리 잡목림으로 된데다 능선위가 억새풀과 조릿대로 초원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황금능선코스중 중봉에서 써리봉까지는 진주지방 산악인들이 즐겨찾는 대원사코스와 같은 방향이나 기암괴석과 구상나무가 많은 써리봉에서 방향을 바꾸어 오른쪽으로 갈라진다.


 써리봉에서 희미한 길을 더듬어 내려가다보면 울창한 수림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기 쉽다. 그렇지만 방향만 동남쪽으로 정확히 잡아 나가면 수림지대에서 벗어나게 되고 서쪽 건너편에 천왕봉이 우뚝 서 있다. 이때 천왕봉의 모습은 중봉에서 본 것과는 다르다. 해발 1,896 미터의 중봉에서 본 1,915미터의 천왕봉(거리1km정도)은 그렇게 높게 보이지 않고 웅장하지도 않다. 그러난 2킬로미터 떨어진 황금능선에서 대하는 천왕봉은 그 숨소리마저 들리는 듯하여 그 자태도 비길데 없이 웅장하다. 왼쪽으로 안장당골과 오른쪽으리 순두류계곡을 바라보면서 얼마를 걷다보면 헬리포트가 나온다. 이곳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어떻게 저토록 험한 곳을 지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한 봉우리가 우뚝 서있다. 처음 안장당골이나 안내월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은 마주 보이는험한 봉이 써리봉으로 착각하고 아예 중도에서 포기하기 쉽다. 그러나 끈기있게 계속 올라가면 험한 능선의 북쪽 7부 능선을 따라 트래버스 할 수 있음을 알게된다. 이때부터 주위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숲사이를 통과하게 되는데 때로는 군데군데 산사태로 길이 없어 진곳도 있다. 길을 잃더라도 방향을 아래쪽으로만 바꾸지 않고 올라가다보면 울창한 수림을 벗어날 수 있다.


 헬리포트 주변을 자세히 보면 안장당과 순두류로 빠지는 길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이 능선의 종주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어느쪽으로 빠져도된다. 그러나 산길에 경험이 적은 사람은 서쪽의 순두류쪽이 거리도 가깝고 차편과의연결도 훨씬 쉽다. 헬리포트에서 능선너머 우뚝 선 국사봉까지는 20분 . 국사봉에서는 천왕봉의 정면을 마주 볼 수 있어 아랫자락까지 있는 그대로 다보이는 천왕봉의 그 장엄한 모습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 국사봉 주변에서는 동으로 안내월로 내려갈 수 있다. 안내월은 흔히 물레방아골로도 불리나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 대부분이 그곳에 들어온 시기가 6.25이후여서 그 계곡이름의 내력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 국사봉에서 멀리 뻗어있는 능선너머로 삐죽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구곡산을 바라보며 20분 정도 걸어가면 차츰 능선길이 희미해지면서 길은 서쪽으로 빠지게 된다. 이 길을 황금능선을 오르는데 가장 가까운 곡점과 중산리 사이의 동당마을로 이어져 있다. 건각이라면 마을로 바로 빠지지 말고 사람이 다니지 않아 희미한 길을 따라 2시간쯤 더 가면 해발 961미터의 구곡산 정상에 닿는다. 능선의 남서쪽으로 멀리 아랫자락에는 덕천강이 흘러 상류에선 띠엄띠엄 보이던 집들이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마을이 커진다. 능선의 반대쪽에는 아래쪽에 계곡이 발달되지 않은데다 산들이 나란히 달리고 있어 갑갑하기 이를데 없다.


 황금능선의 마지막 봉우리 구곡산에서의 하산길은 동당마을, 곡점, 외공리, 덕산등 여러곳이 있다. 그중 차편은 덕산쪽이 편리하나 길찾기가 어려우므로 외공리쪽으로 내려가면 수월하다. 이 외공리는 또 마을회관 앞에 있는 음양석이 재미있다. 높이 50~60센티미터정도의 여음과 남근이 한쌍으로 된 이 돌들은 마을사람들의 어떤 특기할 만한 민속신앙 때문에 모셔 놓은 것이 아니란다. 50~60년전 지리산 어느 계곡에서 주워왔다는 이 음양석은 남녀 생식기를 너무 닮아 보는 사람마다 탐낼 정도라고. 지난 1976년에는 모군 사병들이 트럭까지 동원해 가지고 가려다 이를 말리는 마을 주민들과 시비까지 벌였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이 생식기 숭배사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면서도 이 돌들을 지키려 하는 것은 이돌을 마을앞 에 가져다 놓고부터 마을이 번창했었기 때문이란다. 또 외공리 맞은편 덕천강 건너에 있는 내공국교 옆에는 풍수지리설에 얽힌 묘 1기가 있다. 이 묘터를 자세히 보면 마치 건너편의 공전마을을 주워 먹을 듯이 노리는 주가 누워있는 형상이다. 이 묘를 쓰고부터 후손들의 재산이 늘어 천석군이 되었단다. 그러나 후손들이 집안형편이 넉넉해지자 마을사람들에게 심한 행패를 부리게 되었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이 소문을 들은 한 도사가 그 후손들에게 "묘앞에 흙을 쌓아 앞을 막고 맞은편 마을 이름을 공전으로 바꾸면 큰 부자가 되리라"고 처방을 말해주고는 사라졌다고 한다. 욕심 많은 후손들은 도사의 말을 믿고 그대로 했더니 1년이 안되어 천석군의 부자가 망해 버리더라고..마을 노인들은 " 쥐가 누워있는 형상의 묘터 앞에 흙을 쌓아 막았더니쥐가 나갈 길을 잃었는데다가 먹이로 되어있는 마을이름을 공전으로 바꾸어 쥐가 먹을 것이 없어진 꼴이 되었으니 부자가 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고 설명까지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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