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점필재길

김종직의 유두류기행시 숙고열암(210117)

도솔산인 2021. 1. 17. 18:27

김종직의 유두류 기행시 숙고열암(210117)

 

 

추석 전날 밤, 바람 한 점이 없는 고열암에서 서산에 해는 지고 마을의 불빛이 나무 사이로 들어왔다. 이따금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깼. 어느 시인이 '후두득 뛰어내려 저마다 멍드는 소리'라고 했던가. 긴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산이 높아 달이 더디 뜨는 것이겠지. 아마 임을 기다리는 심정이 이와 같으리라. 드디어 한줄기 월광이 상내봉을 넘어 숲을 뚫고 들어오더니 금방 사위가 밝아졌다. 젤트 위로 나뭇잎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함양 관아를 출발한 김종직 선생이 피곤함에 포단을 빌려 잠시 잠이 들었다가 일어난 시간이다. 시계를 보니 9시가 조금 넘었다. 고열암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와 달빛 아래 서성이는 점필재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밝은 달은 새벽까지 고열암과 젤트 주변을 배회하였다.(음력 2020년 08월 14일)

 

 

 

宿古涅庵(숙고열암)

 

病骨欲支撑 : 지친 몸 지탱하려고

暫借蒲團宿 : 잠시 포단 빌려 잠을 자는데

松濤沸明月 : 소나무 물결 달빛 아래 들끓으니

誤擬遊句曲 : 구곡 선경에 노니는 듯 착각하였네.

浮雲復何意 : 뜬 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가?

夜半閉巖谷 : 한밤중에 산 골짜기 닫혀있구나

唯將正直心 : 오직 올곧은 마음을 가진다면

倘得山靈錄 : 혹시 산신령의 비록을 얻으려나.

 

 

病骨(병골) : 지친 몸, 蒲團(포단) : 부들로 만든 둥근 방석, 句曲(구곡) : 장쑤 성(江蘇省)에 있는 己山 또는 茅山(모산)이라고 함. : 持也(가질장), 倘 : 혹시당. 錄 : (살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