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고대(坐高臺)에 올라(170903)
좌고대에 오른다
丹砂泉(단사천)
어느 태고적부터 여기와 머물렀을까
하얀 아기 코끼리 한 마리, 반야를 향해 화석이 되어 있네
슬프지도 않은지 내리 감은 선한 눈빛 희미한 미소마저 머금었다
해가 뜨고 별이 지고 달이 스러지기를 몇 겁
얼마나 기다렸을까
굳어져 움직일 수 없는 작은 다리를 만져 주고
늘어지다만 부러진 상아의 아픔을 매만져 주며
말 걸어와 그 세월 헤아려 줄 이 찾아와 주기를
추강암에 올라 좌고대를 내려다본다
기쁨에 찬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
천왕을 바라보며 긴 코를 치켜들고 파안대소를 하고 있네
입은 꼬리가 되고 꼬리는 기다란 코가 되어 환희에 찬 미소를 지었구나
설의계산(雪衣鷄山) 가파른 산길 아래 어디쯤
반야를 바라보며 숨 죽은 수행을 하던 어린 아기 코끼리 한 마리
억겁의 세월을 견디며 스러지는 별빛과 달빛을 벗 삼아
마침내 다 자라 천왕을 향한 득도의 해탈을 이룬 채 서 있나니
고요히 합장하고 올라선 좌고대
나는 오늘 보현의 마음을 얻었구나!
탁 트인 사방 천지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나니
저 하늘은 바로 도솔천(兜率天)이 아니런가
반야 위로 鶴雲이 나르고
천왕 위로 燕雲이 떼를 지어 나르는데
華雲은 꽃길을 만들어 환한 서방 정토로 인도하네
세상사 모든 일들 깃털처럼 가벼워라
잊고 잊혀지고 떠 오르지 않으니
마음속 온갖 미진 허공 속 먼지 되어 흩어진다네
빈발(賓鉢)은 어느 곳에 머무시는고
저 멀리 빈발봉 엎드린 사자 위에 주무시는가
저 아래 영신대 아늑한 석가섭에 깃들어 계신가
속세를 멀리하고 마음의 때를 벗어
천추에 썩지 않고 후세에 전한다 하시더니
좌고도 좋고 비로도 좋고 영신도 좋아라
탐심이 절로 사라지니 마음 또한 저 홀로 한가롭다네
* 추강암: 추강 남효온이 오른 좌고대 옆 더 높은 바위
* 설의계산(雪衣鷄山): 비해당의 찬에 등장하는 눈 덮인 영신봉
* 빈발(賓鉢) : 영신대 석가섭에 깃든 가섭존자. 출가전 가섭의 인도식 이름을 한글로 표기
* 빈발봉: 좌고대에서 바라보는 촛대봉. 엎드린 사자의 형상
추강암(秋江巖 : 추강 남효온이 좌고대를 보기위해 올라갔던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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