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한시모음

두견새와 진달래

도솔산인 2017. 4. 27. 00:35

두견새와 진달래

 

두견새는 접동새라고도 하는데 한자어로는 두견(杜鵑) 외에도 자규(子規두우(杜宇두백(杜魄망제(望帝불여귀(不如歸귀촉도(歸蜀道) 등으로 불리어 애상을 상징하는 새로 시문에 많이 인용되고 있다. 국어사전에는 흔히 소쩍새라고도 되어 있으나 소쩍새는 올빼미과(두견새는 두견이과)에 속하는 새로 두견새와는 생김새가 다르다.

 

진달래와 두견새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 새와 꽃 사이에 얽혀 있는 전설 때문이다.

 

두견새는 촉나라 망제(望帝)의 넋이라고 한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한을 품고 밤마다 이산 저산을 옮겨 다니며 처절하게 운다는 것이다. 두견새는 밤에 우는 새다. 그것도 깊은 한밤중에 삼라만상이 잠들어 있는 그 시각에 홀로 깨어 우는 것이다. 길게 여운을 그리며 끝없이 되풀이되는 그 처량하고 구슬픈 울음 속에는 자기 가슴을 쥐어뜯는 서러움이 담겨 있는 듯하다.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모든 생명이 휴식하는 그 밤중에 그 어두운 밤을 견디기 위하여 울고 또 울어 밤을 지새는 것이다.

 

두견새는 울 때마다 피를 토하고 그 피를 또 도로 삼킨다고도 한다. 두견새가 토해낸 그 원한의 피가 진달래꽃잎에 떨어지면 그 꽃잎은 빨갛게 물이 든다고 한다. 또는 한 번 울 때마다 한 송이씩 빨갛게 피어난다고도 한다. 두견새가 토한 피로 물들여진 꽃, 그것이 두견화라는 것이다. 두견새와 두견화는 이와 같이 피로 이어진 인연이기에 두견화에는 두견새의 한이 서려 있고 두견새의 혼이 담겨 있는 것이다. 따라서 두견새의 울음소리가 원한의 상징이듯 그 피로 물들여진 진달래꽃도 정한(情恨)의 꽃으로 문학에 등장한다. 그리하여 두견새와 진달래꽃은 서로 짝이 되어 오랜 세월을 두고 시의 소재가 되어 수없이 읊어져 왔다.


 



 

杜鵑-소세양(蘇世讓)

 

望帝春魂夜夜悲 : 망제의 넋이런가 밤마다 슬피 울어

血流應得着花枝 : 토해서 흐른 피에 꽃가지가 물이 드네

滿山落日紅如火 : 저녁 해에 붉은 꽃은 온 산이 불 붙은 듯

正是東風二月時 : 시절은 봄바람 부는 이월이라네

 

- 소세양(蘇世讓), 두견(杜鵑), 양곡집(陽谷集)

 

봄바람이 불어오는 2(음력)이 되면 진달래가 만발하여 온 산은 불이 붙은 듯 빨갛게 물든다. 석양에 반사되는 만산(滿山)의 진달래꽃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그 꽃은 두견새가 밤마다 슬피 울어 흘린 피로 물이 든 듯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 시에 진달래꽃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두견새가 흘린 피로 빨갛게 물이 든 꽃은 두견화, 곧 진달래인 것이다.

 




 

詠杜鵑花-정씨(鄭氏)

 

昨夜春風入洞房 : 간밤에 봄바람이 골 안으로 불어오더니

一張雲錦爛紅芳 : 한 폭의 비단인 듯 진달래가 다 피었네

此花開處聞啼鳥 : 그 꽃이 피는 곳에 두견 울음 애절하니

一詠幽姿一斷腸 : 그 모습 그릴 때마다 나의 애를 끊누나

 

- 정씨(鄭氏), 영두견화(詠杜鵑花), 대동시선

 

간밤에 봄바람이 방 안에 감도는 듯 싶더니 산자락엔 진달래가 만발하여 비단을 펼쳐 놓은 듯 붉게 물들었다. 진달래가 피어 있는 그곳에는 응당 두견새가 울고 있으리라. 그의 피나는 울음이 꽃잎에 물들어 진달래는 붉어지는 것이다.

 

이 시는 두견새와 진달래의 애절한 사연을 시화(詩化)한 것으로 두견새가 우는 진달래동산의 정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두견새와 더불어 잠 못이루는 여심(女心)에서 붉게 타는 진달래꽃잎만큼이나 애타는 연정을 엿볼 수 있다. 작자는 생몰(生沒) 연대가 불분명한 세종 때의 여류시인 정씨라고 한다.

 

 






子規詩-단종(端宗)

 

一自寃禽出帝宮 : 궁중에서 쫓겨난 원한의 두견새여

孤身隻影碧山中 : 깊은 산중 외로운 신세 처량하구나

假眠夜夜眠無假 : 밤마다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고

窮恨年年恨不窮 : 해마다 짙어만 가는 한은 끝이 없구나

聲斷曉岑殘月白 : 두견 울음 그친 새벽이면 산마루 달은 희미하고

血流春谷落花紅 : 피눈물진 골짜기엔 떨어진 꽃잎 붉게 물들었구나

天聾尙未聞哀訴 : 애닯은 하소연을 하늘은 어이 못 듣고

何奈愁人耳獨聽 : 어찌 한 많은 사람에게만 들려 슬픔을 더하는고

 

- 단종(端宗), 장릉지(莊陵志)

 

단종이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되어 영월 땅으로 유배되었을 때 그 유배지에서 두견새의 슬피우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여 지은 시다.

 

한이 맺힌 두견새는 울다 지쳐 새벽이면 소리가 그친다. 이 시각엔 달도 기울어 산마루에 걸친 달이 하얗게 보인다. 봄이 한창인 산골짜기에는 떨어진 진달래꽃잎이 수북히 쌓였는데 밤새 피나게 울던 두견새의 피가 흘러 붉게 물이 들었다. "하늘은 이 애절한 하소연을 듣지 못하는데 한 많고 근심 많아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겐 왜 그다지도 잘 들려 슬픔을 더해 주고 있는가"라고 울부짖고 있다. 구구절절이 눈물겹다. 단종은 어렸으나 총명하였으며 시를 잘 지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영월에서 17세의 나이로 살해되었다.

 





 

정지상(鄭知常)이 두견을 읊은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催聲山竹裂 : 재촉하는 소리가 산 대나무를 쪼개는 듯하고

血染野花紅 : 들꽃은 피로 물든 것처럼 붉어졌구나

 

홍만종(洪萬宗)은 이 시를 평하면서 "그 공려(工麗)함에 놀랐다"고 하고 있다. 촉 망제의 원혼이 두견새가 되어 피나게 울면서 권농(勸農)을 독촉하는 소리가 산의 대나무를 쪼개듯이 따갑게 들리고 다시 산야에는 두견화가 빨갛게 물이 들었다고 한다. 두견과 두견화를 연결시켜 화려하면서도 공교(工巧)한 표현을 하였다.

 

두견새와 진달래를 소재로 한 정한(情恨)의 시는 현대에 들어와서도 읊어지고 있다.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지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 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서정주, 귀촉도

 

이 시의 제재는 촉()나라 망제(望帝)의 전설에서 취해 온 것이다. 이 시의 화자는 임 없음에 통곡하는 청상(靑孀)으로서 망부(亡夫)의 한을 눈물겹게 읊고 있다.

 

서역은 해가 지는 곳, 어둠이 깔린 곳으로 너무도 머나먼 곳이다. 두견새가 돌아가야 할 3만 리 넘어 파촉이 있는 곳이다. 진달래 꽃비 내리는 그 길을 하얀 옷깃을 여미며 임은 떠나간 것이다.

 

사랑하는 임에게 슬픈 사연을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도 삼아 드리지 못한 회한(悔恨)의 두견새는 너무도 큰 슬픔에 구비구비 목이 젖도록 밤새워 운다. 울다 지쳐 목이 메이면 제 피를 토해 다시 새겨 목을 적신다. 그 소리는 적막한 밤하늘에 애절하게 메아리치면서 하늘 끝으로 퍼져 나간다. 피를 토할 때마다 산골짜기에 피어난 진달래는 서럽도록 붉게 물드는 것이다.

 

두견새의 핏빛 울음은 청상의 독백이다. 또 그것은 숱한 고난과 비애로 한을 품고 살아온 이 민족의 서러운 절규일는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진달래와 두견새를 소재로 한 당나라 이백(李白)의 시 한 수를 여기에 소개한다.

 

宣城還見杜鵑花-이백(李白)

 

蜀國曾聞子規詩 : 고향 촉나라에서 일찍이 두견새 울음을 듣고

宣城還見杜鵑花 : 이제 선성(宣城)에서 진달래꽃을 보게 되누나

一叫一廻腸一斷 : 한번 울어 날 때마다 간장은 끊어질 듯하는데

三春三月憶三巴 : 늦봄 삼월에 두견 우는 고향, 삼파가 그립구나

 

- 이백(李白), 선성환견두견화(宣城還見杜鵑花)

 

고향에 돌아가기를 원해 피를 토하듯 우는 두견새를 빌어 타향에서 떠도는 나그네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읊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견새와 진달래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3, 2004. 3. 10., ()넥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