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동부 트라이앵글[영랑재, 중봉, 써리봉](150927~29)
▣ 일 시 : 2015년 09월 27일 ~ 29일
▣ 코 스 : 밤머리재 - 새재 - 영랑재 - 중봉 - 써리봉 - 새재
▣ 인 원 : 4명(미산님, 진정화님, 윤기현)
지난 1월과 6월 숙부님 부부가 돌아가신 후 명절 차례를 나누어 지내기로 하니 처음으로 한가한 명절이다.
세 집을 돌아다니며 차사를 모실 수 없어 단촐하게 명절을 지냈다. 한마당에 팔촌 난다는 말이 우리집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내 자식과 당질 아들이 7촌이다. 우리는 명절마다 동기간의 우애를 나누고 살았으나 이제 分家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
성묘를 다녀오니 12시 집사람은 어머니를 모시고 무주리조트로 떠나고
나는 서울에서 내려오는 山親과 산 아들 기현이를 싣고 지리로 들었다.
점쟁이가 '가정을 지키지 못할 사람이 가정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라고 했다한다.
주말마다 집에 있는 三食이가 아니니 무엇을 알고 하는 말인지 그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른 여자를 돌아보지 않고 흑염소만 바라보고 살았고
다른 산을 돌아보지 않고 지리산만 드나들며 살았으니
세상을 보는 시야가 얼마나 좁고 利己的이지 않겠는가?
다른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인지? 속을 보이지 않는 것인지?
세상과 다른 것인지 세상이 나와 다른 것인지 알지 못하겠도다.
아무튼 결혼 후 28년 만에 추석명절 같은 상에서 밥을 먹었다.
밤머리재에서 <미산>선생님을 만나 한가위 달빛 아래 1박을 하고 아침을 맞았다.
집에 있으면 우울증인데 나오면 편안하니 에베레스트 영화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치밭에 가니 密村(노상수님)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부끄러움을 타는 密村에게 명절 음식을 내놓고 안부도 물었다.
뜻밖에 <우렁각시>님이 출현! 분위기는 急和氣靄靄했다.
<우렁각시>님은 <사니조아>님과도 많이 닮은 동급이다.
남에게 절대 신세지지 않고 홀로 초연히 산에 다니는 분
이제 아름다운 가을의 나이가 되어 변한 모습이 좋더라.
산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생각이 일치했다.
말머리 형상을 한 이 바위가 마암이라는 생각을 오랫 동안 했지만,
감수재박여량의 기록에 증봉이 중봉이라면 이곳일 가능성도 있다.
전체적인 모습이 말머리의 형상이고 그 위에 올라가니 평평하더라.
점필재의 기록과는 다르니 유념하지 마시라. 개인적인 생각일 뿐...
침묵의 섬 영랑島에는 형형색색 단풍이 중봉에서 내려와 잠시 멈추었고
운해의 바다에는 물이 빠져 수락석출 마을의 속살까지 모조리 드러났다.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 때를 놓치지 않고 때에 맞게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가?
인생이 실전이라면 산행 또한 진검승부다. 자신을 이기지 않고 무엇을 구한단 말인가?
어둠이 내린 뒤 산중에서 흥겨운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감수재 일행은 군자사에서 기생 파티를 하고 박명부는 술에 취해 그날 밤 계획한 일(?)을 하지 못했다 하니
산에 들어 남녀상열지사는 물론 운우지락도 나누는데 그땃 대중가요가 무슨 허물이랴.
단풍에 취한들 술에 취한들 여인에 취한들 취할 줄 아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여명이 밝아오기 전에 일어나서 차를 한 잔 마시고 少年臺와 永郞岾之間에서 노닐었다.
영랑대까지 갔다가 뽓대 일행분들에게 차를 얻어 마시고 작별 인사를 하고 넘어왔는데,
하산 길이 같아 다섯 번 만나 다섯 번 작별했으니 이틀 동안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었다.
써리봉에서 차를 끓이면서<객꾼>님과의 산중문답이다.
余曰 '살을 섞으면 산을 섞지 않는 법인데 객꾼님은 살도 섞고 산도 섞으셨습니다.'
客君 曰 '저는 본래 집사람과 산에 다니지 않는데 1년에 딱 두 번만 산을 섞습니다.'
차라리 '산을 섞었으니 앞으로 살을 섞지 않겠다.'고 답했으면 박장대소 했을 girl...
객꾼님은 우엉차가 아니고 '샤케를 끓이는 줄 알았다.'고 하니,
술이 왕고픈 <뽓대>님은 '우롱茶다.'라고 하며 和答하더라.^^
집에 돌아와서 배낭을 내려놓고 서재에 잠시 올라갔는데,
1층에서 도솔2세가 홀로 배낭을 메고 거실에 서성이더라.
하는 짓이 나를 닮아 기특하여 아빠가 '통닭 한 마리!'하니 '아빠! 통닭 말고 치킨!'
손자 뻘 되는 쉰동이가 애비를 닮지 않기를 바라지만 자식이 내 뜻대로 되겠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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