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고전향기

秋宵獨坐 : 가을밤 홀로 앉아

도솔산인 2014. 10. 30. 01:17

 

          

             秋宵獨坐 : 가을밤 홀로 앉아

 

 

                                     月谷 吳瑗(1700~1740)

 

     秋夜何寥寥 : 가을 밤은 어쩜 이리 쓸쓸도 한가 

     我懷方戚戚 : 나의 마음 슬프고도 또 슬프다오

     素月紗間照 : 하얀 달은 휘장 사이 내려 비추고 

     寒露葉上滴 : 찬 이슬은 잎새 가에 맺혀 있다오

     憂人坐不眠 : 수심 깊어 앉은 채로 잠 못 드는데

     草蟲鳴在壁 : 풀 벌레는 벽 틈에서 칙칙 운다오 

     之子不可思 : 떠나간 님 그리워도 볼 수 없기에

     獨夢寒齋夕 :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꿈꾸오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엮은이 : 정선용, 사진 : 이미란]

 다른 한시 번역서나 해설서와 달리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지아비이자 한 남자로서 느껴야 했던 애틋하고 절절한 그리움이 녹아 있다. 이 책을 엮어 옮긴이는 말한다. 이 책에 실린 시는 올해(2011년) 6월 교장 부임을 앞두고 출사를 나가 사진을 찍던 도중 유명을 달리하게 된 아내에게 바치는 한시(漢詩)이며, 사진은 아내가 찍어 놓은 작품 사진 가운데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라고.

책에 수록된 한시는 아내와 남편, 친구와 친정을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이 담겨 있는 시를 엄선해 엮은 것으로서, 크게 두 개의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이 지은 시를 모아 놓았고, 2편에는 떠나간 연인 혹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마음이 담겨 있는 시를 모아 놓았다.

 

 

글머리에-5

1. 장부의 눈물
-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꿈속에선 내 아내와 마주했는데-21
갑작스레 사별할 줄 내 몰랐어라-22
당신 그려 온밤 꼬박 지세운다오-24
백년해로 약속은 다 글러졌구려-27
늙은 나는 귀양지서 숨 붙어 있네-32
중천 가는 당신에게 내 부탁하오-34
당신 무덤 만들고서 돌아온 뒤에-36
빈방에서 잠 못 들고 홀로 앉았네-38
해당화 꽃 바라보니 마음 슬프네-40
내세에도 부부 되잔 말 잊지 마소-42
당신 모습 생각자니 간담 끊기오-43
늙은 눈물 빈 당에다 흩뿌린다오-45
약속의 말 눈물 속에 부쳐 보내오-46
곡하려고 해도 소리 아니 난다오-48
어느 누가 주렴 걷고 달 감상하랴-49

 

 

  • 엮은이 :정선

 

소개 : 1957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났다. 충남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에서 수학하였다.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 번역에 참여하였으며, 번역한 책으로 『해동역사』『백제사자료집』『잠곡유고』『학봉전집』『지산집』『사계전서』『우복집』『청음집』『삼탄집』『동명집』 등이 있다.

 

 

  • 사진 : 이미란

     

     

소개 :

1957년 전북 이리에서 태어나 청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경기도 고양시 호곡중학교 교감으로 근무하던 중 2011년 6월 11일 경기도 안산의 시화호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맞으며, 가장 소중했던 사람, 아내에게 바치는 그리움의 시를 엮다

 이 책에는 다른 한시 번역서나 해설서와 달리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지아비이자 한 남자로서 느껴야 했던 애틋하고 절절한 그리움이 녹아 있다. 이 책을 엮어 옮긴이는 말한다. 이 책에 실린 시는 올해(2011년) 6월 교장 부임을 앞두고 출사를 나가 사진을 찍던 도중 유명을 달리하게 된 아내에게 바치는 한시(漢詩)이며, 사진은 아내가 찍어 놓은 작품 사진 가운데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라고…….

 이 책에 수록된 한시는 아내와 남편, 친구와 친정을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이 담겨 있는 시를 엄선해 엮은 것으로서, 크게 두 개의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이 지은 시를 모아 놓았고, 2편에는 떠나간 연인 혹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마음이 담겨 있는 시를 모아 놓았다.
이 책에 수록된 한시를 통해서 우리는 앞선 세대들이 남긴 도망시(悼亡詩 : 죽은 아내나 자식, 또는 친구를 그리워하거나 슬퍼하며 지은 시)를 통해 수백 년 전의 선비들이 숨죽여 아내를 그리워하던 마음이 오늘의 우리들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아내를 잃고 쓴 오원의 시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꿈꾸오」, 병자호란 때 절개를 지키기 위해 자결한 아내를 기리는 마음으로 지은 김류의 시 「다정한 저 제비들은 다시 왔건만」, 유배를 간 사이에 아내가 죽자 아내의 상여가 지나갔을 길을 상상하며 지은 홍귀달의 시 「늙은 나는 귀양지서 숨 붙어 있네」……. 이들이 지은 시에 담겨 있는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마음을 타고 우리에게 전해진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 그리고 새롭게 맞이하는 2012년 1월에 우리는 아내나 남편, 혹은 가슴 속 누군가에게 담아 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한 편의 시를 통해 전한다면 그 또한 한 해를 정리하고 맞이함에 있어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또한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서로의 사랑을 더 굳건하게 다져 보자는 사랑의 메시지가 아닐까?


우리는 가장 소중했던 사람,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듣는다.
 아내와 나는 스물아홉에 결혼해서 서른 두 해를 함께 살았다. 가난한 집의 장남이었던 내게 시집 온 아내는 우리 세대의 다른 부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어려움을 참으로 질리도록 겪었다. 그런 삶 속에서도 아내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너그러움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 오면서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 나와 함께 사는 동안에 아내가 겪었을 가장 큰 고통은, 아마도 자신을 살갑게 대해 주지 않는 나에 대한 서운함이었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나는 못된 남편이었다. 아내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