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지리동부 산문을 열다(121215~16)

도솔산인 2012. 12. 17. 08:58

 

지리동부 산문을 열다(121215~16)

 

 

▣ 일   시 : 2012년 12월 15일(토) ~ 16일(일)

▣ 대상산 : 지리산

▣ 코   스 : 새재 - 청이당 - 하봉옛길 - 마암 - 영랑재 - 하봉 - 치밭 - 새재

▣ 인   원 : 5명(미산님외)

  

 

 

산방기간은 지리 매니아들에게 학수고대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나,

한편은 家長으로서 面을 세우고 실점을 만회하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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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리 자락 어느 집 추녀 밑에서 하루를 보낼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無作定 산방이 풀리는 하루를 남기고 비오는 금요일 밤 지리로 들어갑니다.

 

대원사 주차장 휴게소에 불이 켜 있어서 문을 두드리니 주인은 비몽사몽간이라

공손히 '불청객 마당에서 하룻밤 留할 것'을 청하여 정중하게 허락을 얻습니다.

 

 

 

翌日익일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새재에서 미산님과 합류합니다.

지난 주 폭설에 혼쭐 났을 <高手>의 발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네요.

 

 

세찬 물소리의 根源을 좇다가 첫 합수부에서 잠시 마주친 서너명의 산객

인사를 해도 눈도 입도 섞지 않더니 멀뚱 멀뚱하다 조개골로 올라갑니다.

 

 

청이당까지는 눈이 녹아 다소 미끄럽지만 어려움이 별로 없었습니다.

1618봉에서 청이당으로 내려온 마암능선에는 눈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표면이 살짝 크러스트 된 숫눈길은 고역입니다.

 

붉은 페인트로 나무에 산길이 표시되어 있으니

후답자를 위한 친절이 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馬巖

 

馬巖刻字

 

 

 

 

 

무덤을 지나 능선으로 오르는 길...

 

"뒷사람은 앞사람의 발밑만 보고 앞사람은 뒷사람의 정수리만 보면서 나무를 잡고 오르 내릴 수 있었다." 는

 유두류록의 구절이 혹 이곳이 아닐까? 하여 인용해 보았습니다.

 

 

"길이 위태롭게 매달려 나무뿌리를 더위잡고 오르 내릴 수 있었다."는  구절로 미루어

영랑재에 올라갔다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 우회하여 하봉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요? 

 

 

自此至永郞岾. 道極懸危. 正如封禪儀記 所謂後人見前人履底. 前人見後人頂. 攀挽樹根. 始能下上.

 

여기에서부터 영랑재까지 길이 극히 위태롭게 매달려 바로 [봉선의기]에서와 같이

이른바(소위) 뒷사람은 앞사람의 발 밑만 보고 앞사람은 뒷사람의 정수리만 보면서

나무뿌리를 더위잡고서야 비로서 오르내릴 수가 있었다.[출처:조선시대 유산기 펌]

 

* 自~至 : ~에서~까지, 正 : 바로, 履 : 신발리, 底 : 밑저 攀 : 더위잡을반, 매달릴반, 挽 : 당길만, 끌어당길만,

 

 

 

 

여기 아시죠? 좌조개골 우국골입니다.

 

능선 양쪽이 개미허리처럼 가늘게 침식 되어서

오른쪽은 떨어지면 살아서 올라올 수 없습니다.

 

 

 

 

 

 

밥솥 후라이팬 코펠등 중장비를 동원 박터를 다지고 노천설동을 파는 동안

파아란 하늘과 서북능선으로 넘어오는 운해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합니다.

 

 

 

 

 

 

 

 

 

 

 

 

 

 

 

파도소리를 내는 구상나무

  

그대는 밤새 구상나무 울음소리를 들었는가?

 

 

 

 

 

 

 

 

 

 

 

 

 

 

 

 

 

 

 

 

 

 

 

'게으른 며느리는 못 본다는 초사흘 아미월蛾眉月'도 모르고 있다가

목화송이보다 큰 함박돌만한 별들이 기라성처럼 수놓은 밤하늘을 봅니다.

 

 

아! 이럴 수가! 아! 이럴수가!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새벽에 일행 모르게 영랑대에 다시 나가 바람소리 들으며 산책을 합니다.

 

 

 

 

 

밤에 읊다

 

 

달빛 잠기어 별빛 고요한데/샘에 비친 별빛 맑은 밤

안개 바람은 구상나무 스치고/비이슬 주목에 엉긴다.

 

삶이란 석자의 시린 칼인 것을/내 마음 한 점 등불이어라

서러워라 한해가 또 저물거늘/흰 머리에 나이만 더하는구나

 

 

                                               <호연재 김씨 야음>에서

 

 

 

 

복에 겨운 산에서의 방황이 마냥 행복합니다.

 

 

 

 

 

평소 호연재김씨와 점필재 김종직 선생을 마음속으로 흠모하고 좋아하였더니

아무리 읊어도 새롭고 가슴 두근거리는 詩를 脚色하니 한층 흥취를 더합니다.

 

 

 

 

 

宿永郞岾숙영랑재

 

 

 

지친 몸 지탱하려고/잠시 매트 빌려 잠을 자는데

소나무 파도소리 별빛 아래 듫끓으니/구곡선경에 노니는 듯 착각하였네

 

 

뜬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가?/한밤중 영랑대 위에 홀로 서 있구나

오직 올곧은 마음을 가진다면/산신령의 살핌을 얻으려나

 

 

                                                            <점필재 숙고열암>에서

 

 

 

 

'나 또한 짧은 글로 오랜 글밥 먹은 일이 부끄럽지 않았는가?' 뒤돌아봅니다.

 

 

 

 

 

 

                                                                                                                           사진<미산>님

 

산방 기간이 끝나 지리 동부의 산문을 열었고.

그동안 잠시 참아왔던 목마름을 해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