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동북부 점필재 발자취를 찾아서(121103~04)
▣ 일 시 : 2012년 11월 03일(토) ~ 11월 04일(일)
▣ 산 행 지 : 지리산
▣ 코 스 : 추성리 - 어름터 - 허공달골 - 청이당 - 진주독바위 - 새봉 - 함양독바위 - 신열암 - 고열암 - 의논대 - 선녀굴 - 송대마을 ▣ 인 원 : 4명(미산님, 월하독주, 오대장) 지난 8월 우중산행을 해서 다시 점필재의 발자취를 찾았으나, 오히려 서두르다 선열암을 가지 못했으니 아쉬움이 더합니다. <백계남>님 시그널에 현혹되어 그 주변만 맴돌기를 한 시간... 돌아와 지도를 보니 발바닥이 가려운데 신발을 긁은 격입니다.
어름터 임대봉씨 독가
허공달골 허공달골은 전답의 흔적이 일부 남아 있었지만 태풍으로 산길은 대부분 유실되고 없었습니다. 사진<월하독주>님 동부능선(성불능선)에 올라서니 청이당 근처인데... 영랑재의 유혹을 뿌리치고 본래 목적지로 향합니다.
진주 독바위 連度三四。得一洞府。寬閑奧邃。樹木蔽日。蘿薜蒙絡。溪流觸石。曲折有聲。其東。山之脊也。而不甚峭峻。其西。地勢漸下。行二十里。達于義呑村也。若携鷄犬牛犢以入。刊木墾田。以種黍稌麻菽。則武陵桃源。亦不多讓也。 이어서 셋째, 넷째 언덕을 지나서 한 동부(洞府)를 만났는데, 지경이 넓고 조용하고 깊고 그윽하며, 수목(樹木)들이 태양을 가리고 덩굴풀[薜蘿]들이 덮이고 얽힌 가운데 계곡 물이 돌에 부딪혀 굽이굽이에 소리가 들리었다. 그 동쪽은 산등성이인데 그리 험준하지 않았고, 그 서쪽으로는 지세(地勢)가 점점 내려가는데 여기서 20리를 더 가면 의탄촌(義呑村)에 도달한다. 만일 계견(鷄犬)과 우독(牛犢)을 데리고 들어가서 나무를 깎아내고 밭을 개간하여 기장, 벼, 삼, 콩 등을 심어 가꾸고 산다면 무릉도원(武陵桃源)에도 그리 손색 될 것이 없었다.[출처 :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점필재집-임정기 역 점필재집 문집 제2권] * 度 = 渡(도), 寬閑 : 넓고 한가하다, 奧(오) : 깊숙할오, 邃(수) : 깊을 수, 깊숙할 수, 蘿 : 담쟁이덩굴라, 薜 : 줄사철나무폐, 담쟁이 늘푸른 덩굴나무폐, 絡 : 얽힐락, 脊 : 등성마루척, 若~則, 以 : 而, 稌(도) : 찰벼도, 벼도, 不多讓 : 많이 사양하지 않겠다 위 문장을 재해석하면 '연이어 서너개 의 언덕(상내봉 삼거리와 새봉)을 지나서 넓은 동부(마을이 생길만한 곳)를 만났는데 지경이 넓고 깊어 수목이 우거져 계곡물 소리가 들렸다.(조개골물소리로 추정함) 동쪽 산등성이는 새재로 가는 태극 길이고 그 서쪽으로 지세가 완만한데 벽송능선 새봉 성불능선을 잇는 삼각 고원 분지는 무릉도원도 손색이 없다.'고 한 것 같습니다.
무릉도원(?)
달뜨기능선
<미산>님의 의견에 따라 새봉에서 일찍 산행을 멈추었습니다.
중봉 하봉&두류능선
새봉에서 곰샘까지 내려가는데 7분 올라오는데 12분 걸리더군요.
광거정(Green)
아침에 사립재를 지나는데 거센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뒤를 돌아보니 중봉과 하봉 능선에 구름이 몰려들더니
지난밤 머물렀던 새봉이 구름 속으로 흔적없이 사라집니다.
독녀암(독바위)
독바위를 얼마 내려와 녹색 잡끈을 보고 오른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붙어있는 시그널에 판단력을 잃고 주변을 한 시간 가까이 맴돌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독바위 쪽으로 다시 올라가 신열암을 향합니다.ㅎ
돌아와 복기를 하니 유슬이굴 초입 반대 방향인 것을.....
선열암(120813~15)
訪先涅菴。菴負峭壁而構。二泉在壁底極冽。墻外。水自半巖缺 泐。津溜而落。盤石承之。稍坳處。瀅然渟滀。其罅生赤楊龍須草。皆數寸。傍有磴路。繫藤蔓一條于樹。攀之上下。以往來于妙貞及地藏。宗云。有一比丘。結夏盂蘭。罷後雲遊。不知所向。種小瓜及蘿葍於石上。有小砧杵糠籺數升許而已。
* 泐(륵) : 돌갈라질륵, 坳(요) : 팬곳요. 움푹 패여 들어간 곳 요, 津(진) : 언덕진, 瀅(형) : 맑을형, 渟(정) : 물괼정, 滀(축) : 물모일축, 罅(하) : 틈하 빈틈하, 갈라터질하, 赤楊(적양) : 오리나무, 龍須草(용수초) : 골풀과(
선열암(先涅菴)을 찾아가 보니, 암자가 높은 절벽을 등진 채 지어져 있는데, 두 샘이 절벽 밑에 있어 물이 매우 차가웠다. 담장 밖에는 물이 반암(半巖)의 부서진 돌 틈에서 방울져 떨어지는데, 반석(盤石)이 이를 받아서 약간 움푹 패인 곳에 맑게 고여 있었다. 그 틈에는 적양(赤楊)과 용수초(龍須草)가 났는데, 모두 두어 치[寸]쯤이나 되었다. 그 곁에 돌이 많은 비탈길이 있어, 등넝쿨[藤蔓] 한 가닥을 나무에 매어 놓고 그것을 부여잡고 오르내려서 묘정암(妙貞菴)과 지장사(地藏寺)를 왕래하였다. 중 법종이 말하기를, “한 비구승(比丘僧)이 있어 결하(結夏)와 우란(盂蘭)을 파하고 나서는 구름처럼 자유로이 돌아다녀서 간 곳을 모르겠습니다.” 하였다. 그런데 돌 위에는 소과(小瓜) 및 무우[蘿葍]를 심어놓았고, 조그마한 다듬잇방망이와 등겨가루[糠籺] 두어 되쯤이 있을 뿐이었다. [출처 :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점필재집-임정기 역 점필재집 문집 제2권]
先涅庵(선열암)
佔畢齋
門掩藤蘿雲半扃(문엄등라운반경) : 문은 등나무 덩굴에 가리고 구름은 반쯤 빗장을 질렀는데
雲根矗矗水冷冷(운근촉촉수냉랭) : 구름이 뿌리내린 우뚝 솟은 바위 석간수는 맑고도 시원하구나.
高僧結夏還飛錫(고승결하환비석) : 하안거를 마친 고승은 석장을 날리며 돌아가고
只有林閑猿鶴驚(지유임한원학경) : 다만 숲은 한가로운데 은거하는 선비가 놀라는구나.
掩藤 : 등나무 扃 : 빗장경 닫을경. 矗矗 : 우뚝솟을 촉. 冷冷 : 맑고 시원하다. 結夏 : 하안거를 마침. 錫 : 錫杖, 禪杖 도사 승려가 짚는 지팡이. 只 : 다만
猿鶴 : '원숭이와 학'의 의미는 猿鶴沙蟲(원학사충)의 준말로 은거하는 선비를 이르는 말. 주목왕周穆王의 군대가 몰살되어 군자는 죽어서 원숭이나 학이되고 소인은 죽어 모래나 벌레가 된다는 고사.
신열암
訪新涅。無僧。亦負峭壁。菴東北有巖。曰獨女。五條離立。高皆千餘尺。
* 峭(초) : 가파를초
신열암(新涅菴)을 찾아가 보니 중은 없었고, 그 암자 역시 높은 절벽을 등지고 있었다. 암자의 동북쪽에는 독녀(獨女)라는 바위가 있어 다섯 가닥이 나란히 서 있는데, 높이가 모두 천여 척(尺)이나 되었다.[출처 : 상동]
고열암
稍西迤抵古涅菴。日已曛矣。
* 曛(훈) : 석양빛훈
조금 서쪽으로 가서 고열암(古涅菴)에 다다르니, 날이 이미 땅거미가 졌다.
宿古涅庵(고열암박)
佔畢齋
病骨欲支撑(병골욕지탱) : 지친 몸 지탱하려고
暫借蒲團宿(잠차포단숙) : 잠시 포단 빌려 잠을 자는데
松濤沸明月(송도비명월) : 소나무 물결(파도소리) 달빛 아래 들끓으니
誤擬遊句曲(오의유구곡) : 국곡선경에 노니는 듯 착각하였네.
浮雲復何意(부운복하의) : 뜬 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가?
夜半閉巖谷(야반폐암곡) : 한밤중 바위 골짜기 닫혀있구나
唯將正直心(유장정직심) : 오직 올곧은 마음을 가진다면
倘得山靈錄(당득산영록) : 혹시 산신령의 살핌을 얻으려나.
病骨(병골) : 지친 몸, 蒲團(포단) : 부들로 만든 둥근 방석, 浮雲(부운) : 간신. 인생의 덧없음. 不義로 富貴榮達을 누림. 句曲(구곡) : 강소성(江蘇省)에 있는 己山 또는茅山(모산)이라고 함. 巖谷(암곡) : 고열암, 將 : 持也(가질장), 倘 : 혹시당. 錄 : 省(살핌)也
贈古涅僧(고열암 중에게 주는 시)
佔畢齋
求名逐利兩紛紛(구명축리양분분) : 명예를 구하고 이익을 좇는(따르는) 것 둘 다 어지러우니
緇俗而今未易分(치속이금미이분) : 지금은 승려와 속인을 구분하기 어렵구나.
須陟頭流最高頂(수척두류최고정) : 모름지기 두류산 상봉에 올라보게나.
世間塵土不饒君(세간진토불요군) : 세간의 흙먼지는 그대를 배부르게 하지 못한다네.
紛紛 : 어지럽다. 緇 : 검은옷치, 승복치, 승려, 중치, 須 : 모름지기수, ‘모름지기(반드시, 꼭) 두류산 천왕봉에 올라보게나.’ 로 산행을 권하는 내용.
의논대에서 바라본 독바위(독녀암)
의논대에서 바라본 상내봉
議論臺。在其西岡。克己等後。余獨倚杖于三盤石。香爐峯,彌陁峯。皆在脚底。空云。崖下有石窟。老宿優陁居之。嘗與三涅僧。居此石。論大小乘。頓悟。仍以爲號。
* 岡(강) : 산등성이강, 언덕강
의론대(議論臺)는 그 서쪽 등성이에 있었다. 극기(克己) 등은 뒤떨어졌고, 나 혼자 삼반석(三盤石)에 올라 지팡이에 기대섰노라니, 향로봉(香爐峯), 미타봉(彌陀峯)이 모두 다리 밑에 있었다. 해공(解空)이 말하기를, “절벽 아래에 석굴(石窟)이 있는데, 노숙(老宿) 우타(優陀)가 그 곳에 거처하면서 일찍이 선열암, 신열암, 고열암 세 암자의 중들과 함께 이 돌에 앉아 대승(大乘), 소승(小乘)을 논하다가 갑자기 깨달았으므로, 인하여 이렇게 호칭한 것입니다.” [출처 : 상동]
* 頓悟 : 갑자기 깨닫다.
議論臺
佔畢齋
兩箇胡僧衲半肩(양개호승납반견) : 호로 중 두 사람이 장삼을 반쯤 어깨에 걸치고,
巖間指點小林禪(암간지점소림선) : 바위 사이 한 곳을 소림선방이라고 가리키네.
斜陽獨立三盤石(사양독립삼반석) : 석양에 삼반석(의논대)에 홀로 서있으니
滿袖天風我欲仙(만수천풍아욕선) : 소매 가득 가을 바람이 불어와 나도 신선이 되려하네.
兩箇 : 두사람. 胡僧 : 호로승. 스님을 업신여겨하는 표현. 點 : 지점(장소) 한곳. 衲 : 장삼납. 箇 : 낱개 물건을 세는 단위
본래 산행의 목적인 의논대(삼반석)의 석양도, 첫 목적지 선열암도 찾지 못했으나
유듀류록과 점필재시를 다시 읽어보는 기회가 되었으니 그 기쁨 또한 작지 않네요.
산행을 하면서 옛선인의 시를 읊는 이 즐거움을 누가 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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