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지리산 세석 나들이

도솔산인 2007. 7. 22. 22:26

 

  지리산 세석 나들이


■ 일  시 : 2007년 7월 22일(일)

■ 산행지 : 지리산 세석 일원

■ 인  원 : 2명(凊凉樵人, 余)

■ 코  스 : 거림 - 세석산장 - 영신봉 - 영신대 - 영신봉 - 영신사지 - 세석산장 - 촛대봉

               - 청학연못 - 계곡 - 무명교 - 거림

 

* 산행기 

 아침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날씨가 흐리다. 배낭을 챙겨 박사장을 태우고 금산 인삼랜드를 지나서도 오늘의 일정을 서로 말하지 않는다. 어디로 갈까나?

 덕유산 쪽을 보니 운무가 가득하더니 육십령 터널을 빠져나오자 하늘이 활짝 개여 있다. 빙고.. '청량! 오늘 세석 영신대영신사지, 청학연못이나 다녀오세' 

 예전 매표소 자리에서 관리공단 직원 마주쳐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앞에 길게 늘어선 산악회 사람들 후미를 기다리는 듯 하다가 가까이 다가가니 출발한다. 배낭에 '산과 멋진 사람들'이라고 붙어있다. 운영자가 "카나디온" 이라고 했던가? 진행자들의 가슴에 각기 닉이 있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

 습도가 높아 땀이 줄줄 흐른다. 나만 그런가 싶어 '청량! 자네도 땀이 나는가?'라고 하니 '그럼!'이라고 즉답을 한다. '그래도 한시간은 걸어야지....'  천팔교에서 잠시 쉰다.

 

 10분 쯤 휴식을 취하고 되도록 천천히 걷는다. 앞에 또 한 무리의 * * 산악회 팀이 무리지어 오르고 있다. 암튼 염치불구 비상 라이트 켜고 축지법을 써서 추월하니 얼마나 대간한지 주저앉고 싶다. 죽을 힘을 다해 남부능선 갈림길에 오니 가슴에 명찰을 부착했는데 글쎄 이름이 '카나디온'이 아닌가? 인사를 나누고 작정한 바가 있어 사진까지 박는데 성공한다.

    

<산과 멋진사람들> 운영자 카나디온 

 세석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금방 운무가 밀려 온다.

오늘의 1차 목적지 영신대를 향한다. 지난 1월 30일 안개 속에서 영신대로 가다 죽을뻔 했던 일은 비밀이다. 그 날 안개 속에서 어디서 길을 잃었는지 대강 가늠해 본다. 희미한 안개 속으로 계속 내리막이 이어진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조심스레 영신대 입구를 찾는다. 

영신대 

주변의 기도터 

주변의 기도터 

 흔적을 남기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나돌아 * * , 거제 � * , 대전 新灘 * * * , 사랑 * * * , * * 백두대간 종주, 낙서없는 마대자루도...

 

<점필재 김종직 유두류록에 나오는 영신사의 석가섭과 좌고대>

 宿靈神寺 但有一僧 寺之北崖 有石迦葉一軀 世祖大王時 每遣中使行香 其項有缺 亦云爲倭所斫 噫倭眞殘寇哉 屠剝生人無餘 聖母與迦葉之頭 又被斷斬 豈非雖頑然之石 以象人形而遭患歟

 

 영신사(靈神寺)에서 자는데 여기는 중이 한 사람뿐이었고, 절의 북쪽 비탈에는 석가섭(石迦葉) 일구(一軀)가 있었다. 세조 대왕(世祖大王) 때에 매양 중사(中使)를 보내서 향(香)을 내렸다. 그 석가섭의 목[項]에도 이지러진 곳이 있는데, 이 또한 왜구(倭寇)에게 찍힌 것이라고 한다. 아! 왜인은 참으로 구적(寇賊)이로다! 산 사람들을 남김없이 도륙했는데, 성모와 가섭의 머리까지 또 단참(斷斬)의 화를 입었으니, 어찌 비록 아무런 감각이 없는 돌일지라도 사람의 형상(人形)을 닮은 까닭에 환난을 당한 것이 아니겠는가?

 

 其右肱有瘢 似燃燒 亦云劫火所焚 稍加焚 則爲彌勒世 夫石痕本如是 而乃以荒怪之語誑愚民 使邀來世利益者 爭施錢布 誠可憎也 迦葉殿之北峯 有二巖突立 所謂坐高臺也

 

 그 오른쪽 팔뚝에는 마치 불에 탄 듯한 흉터가 있는데, 이 또한 “겁화(劫火)에 불탄 것인데 조금만 더 타면 미륵(彌勒)의 세대가 된다.”고 한다. 대저 돌의 흔적이 본디 이렇게 생긴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 황괴(荒怪)한 말로 어리석은 백성을 속여서, 내세(來世)의 이익(利益)을 바라는 자들로 하여금 서로 다투어 전포(錢布)를 보시(布施)하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증스러운 일이다. 가섭전(迦葉殿)의 북쪽 봉우리에는 두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데, 이른바 좌고대(坐高臺)라는 것이다.

 

其一 下蟠上尖 頭戴方石 闊纔一尺 浮屠者言 有能禮佛於其上 得證果

 

 그 중 하나는 밑은 둥글게 서리었고 위는 뾰족한 데다 꼭대기에 방석(方石)이 얹혀져서 그 넓이가 겨우 한 자[尺] 정도였는데, 중의 말에 의하면, 그 위에 올라가서 예불(禮佛)을 하는 자가 있으면 증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출처<북극곰>님 블러그

  

 영신사지를 향한다. 세석 헬기장에서 1시 방향으로 5분 정도 내려오면 영신사지에 닿는다. 

'좌고대' 이름이 정확한가 확인해야 하지만 바위의 형상이 기이하다.  

점필재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나오는 좌고대  

석가섭  

 영신사지에 문헌의 고증에 따라 사찰을 복원한다면 사재를 출연할 수 있다는 청량초인을 달래어 촛대봉에 오른다. 다시 운무가 몰려 오고 촛대봉 정상에서 잠시 누워 있다가 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촛대봉 능선을 따르다가 숲 속 미로로 들어가기도 하고 묘한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갈림길이 나오고 무덤덤한 산객들을 만난다. 무언가 숨기는듯한 눈치로 보아 취나물을 채취한 모양이다.

 

 오른쪽 미로로 접어든다. 갈라진 바위에서 왼쪽 길을 따라 내려서니 사람이 왕래한 흔적이 뚜렷하다.

조금 더 나아가니 물소리가 가늘게 들리고 드디어 슬랩아래 청학연의 모습이 나타난다.   

 

 

누가 이 높은 세석의 고원에 청학연을 만들어 나를 오게 하는가?

 청학연에 대한 의구심은 풀리지 않는다. 세석의 모퉁이 대슬랩 아래에 자리한 청학연의 비밀은 정확히 아는 이가 없다. 작은 소나무 옆  '鶴洞壬'이란 刻字 중 鶴자는 풍화되어 희미하다. 壬에 대한 설명도 무성한데 내 생각에는 좌향이 아닐까?

 

 길을 버리고 계곡을 따라 내려 온다. 한참을 내려오니 이름 없는 두번째 무명교가 나온다. 오늘의 목적지를 다 돌아본 하산 길의 발걸음은 가볍다. 하산 후 부침개에 맥주 한 잔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