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周而不比/敎而不怠

40년지기&20년동료교사 김용갑 선생

도솔산인 2007. 5. 16. 21:45

40년지기&20년동료교사 김용갑 선생

 

[오늘 스승의 날]안방내준 '아빠 선생님'

김용갑 대전제일중 교사 제자들과 '아름다운 동거'
2007년 05월 15일 (화) | PDF 3면 김도운 기자 ojae@cctoday.co.kr
   
 
  ▲ 김용갑 대전제일중학교 교사 부부는 12년째 체조팀 제자들과 동거를 해오고 있다. /김대환 기자  
 
다른 집 1주일 식량이 하루면 바닥나고 건조대엔 하루도 빠짐없이 빼곡히 빨래가 걸리는 11명 대가족 가정.

이 가정의 가장은 대전제일중학교 김용갑(50) 교사다.

대가족 살림을 맡고 있는 아내 송월선(48)씨의 손에는 연중 물기 마를 겨를이 없다.

지난 96년부터 시작된 제자들과의 동거가 올해로 12년째다.

체육교사로 학교 체조팀 감독을 맡고 있는 김 교사는 12년째 자신의 집에서 학생선수들을 합숙시키고 있다.

제자들이 먹고 자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김 교사의 부담이다.

아들 효중(한남대 2년)과 딸 수진(관저고 3년) 외에 김 교사에게는 합숙하는 7명의 제자가 또 다른 아들들이다.

이제껏 김 교사의 집을 거친 제자들 수가 40명을 넘어섰다.

"체조는 체력 소모가 많은 운동입니다. 유독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이 많이 하는 운동이기도 하죠. 등 하굣길에 버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고, 제대로 먹이고 제대로 운동시킨다는 취지로 시작한 동거인데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저를 체조에 입문시키고 가르치셨던 보문중·고교 시절 이재창 은사님(작고)이 제자들에게 베풀었던 은혜에 비하면 저의 제자사랑은 비교할 수준이 못 됩니다.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야 고생하는 거 있나요, 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 집사람에게 미안할 따름이죠."

 김 교사는 자신의 은사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또 아내에게도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아내 송월선씨의 눈물 속에는 그동안의 생활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한 달 전에 큰방이 딸린 집으로 이사를 해 딸에게 처음으로 제 방을 만들어 줬습니다. 방이 3개인 집에서 생활했는데 아들과 딸이 함께 방 1개를 썼고, 나머지 2개는 학생들이 썼죠. 이번에 이사한 집도 방이 3개 인데 큰방이 있어 학생 7명이 함께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머지 방 2개를 아들과 딸에게 하나씩 나눠 줄 수가 있더군요. 저희 부부는 안방을 사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거실 잠을 잔 것이 10년이 넘었습니다. 각자 생활하는 시간대가 다르다보니 한 끼 식사를 2∼3번 차리는 것은 보통이죠. 이제는 식구끼리 살라면 어색할 것 같아요."

지난 10년의 생활을 회고하며 송씨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실제로 10년 넘게 김 교사 가족은 단란한 외식 한 번 해보지 못했고, 부부는 흔한 여행 한 번 다녀오지 못했다.

김용갑 교사의 동료들도 "교사야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이니 제자도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일일지 몰라도 가정살림을 책임지는 부인의 봉사와 자녀들의 이해는 정말 높이 살 일"이라며 칭송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을 맞아 대전제일중학교에는 김용갑 교사를 찾는 제자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김용갑 교사의 책상에는 전국 각지에서 제자들이 보내온 사랑의 소포와 편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