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다시 찾은 덕유산('070428-29)

도솔산인 2007. 4. 29. 21:19

 다시 찾은 덕유산 

■ 일     시 : 2007년 4월 28일(토) - 29일(일)

■ 산 행 지 : 덕유산

■ 인     원 : 5명(산인, 청량, 오작가, 연소재, 자히르)

■ 코     스 : 설천하우스 - 하모니(1박) - 멜로디 - 설천봉 - 향적봉 - 칠봉 - 설천하우스

 

■ 1일차

 오늘이 음력 삼월 열이틀 어머니의 83회 생신이다.

1943년 열아홉에 아버지와 결혼을 하신 후 스무살에 일제의 탄압을 피해 신탄진에서 온 가족이 만주 봉천행 기차를 탔고, 원산역에서 다시 평원선을 갈아 타고 인흥역에서 내려 함경남도 고원군 수동면 원거리라는 화전민 마을로 숨어들었다.

 이곳에서 토굴을 파고 한 해 겨울을 보내고, 초근 목피로 3년을 연명하다 기다리던 8.15해방을 맞이했지만, 온가족이 장티프스에 걸려 끝내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이듬해 봄 탈상도 치르지 못하고 월남을 하였다.

 

 2001년 윤사월 56년 만에 그 분의 손자가 유해없는 무덤을 만들고 다음과 같이 고유제 축문을 지었다.

 

 * 告由祭 祝文

 辛巳年 閏四月 丙戌朔 十二日 己丑 孝孫 永揆는 顯祖비孺人寶城吳氏 할머니 魂靈께 敢히 告하나이다. 남북분단으로 墓所를 찾지 못한지 어언 56年!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함이 하늘과 같이 다함이 없습니다. 顯祖비孺人寶城吳氏  할머니 혼령이시여! 이제야 先塋에 幽宅을 定하여 비록 魂魄이라도 선영에 장사를 지내고자 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데 높으신 할머니 魂靈이시여! 길이 魂魄을 편안하게 하소서! 부디 자손을 이롭게 하소서!

 

* 誌 石(前面)

人寶城吳氏之柩

* 誌 石(後面)

但侍魂魄  葬于玆地

伏惟尊靈  永安利成

辛巳 閏四月 十二日 

  오늘 둘째 누님 가족만 제외하고 한자리에 모였다.

 팔순이 넘은 노모 생전에 손자를 안겨준 공로로 소엽이 에미 모처럼 면주방하고, 누나들이 손수 만든 음식을 원거리에서 공수하여 아침상을 차리는데 나는 염치도 없이 배낭을 꾸린다. 가족들과 점심을 먹은 후 배웅을 하고 오후 3시 집을 나선다.

 

* 산에서 낚시를 하다.

 화창한 오후 해발 600m인 설천 하우스에 도착하니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스틱을 들고 빈몸으로 만선슬로프를 오르는데 저만치 윤대장은 앞서간다.

 

 두릅은 이미 그물로 �듯 이삭하나 없고 해발 1,000m 넘는 지점에 오르니 잔설이 아직 남아 있다. 나는 애초 두릅에 관심이 없기에 실망도 없지만, 두릅을 위해 장갑에 거금(50,000원)을 투자한  윤회장 실망을 하고도 미련이 남는지 ' 다음주 정기 산행 덕유산하면 어떨까?'라고 한다. 주차장에 내려오니 리프트는 작동을 멈추었고 오늘의 목적지를 향하기 위해 배낭을 챙긴다.

 

 살에 감기는 바람과 지는 해를 뒤로 하고 초원의 풍경을 완상하며 완만한 Harmony 길을 오른다.

뒤를 돌아보니 설천하우스가 차츰 멀어진다. 청량은 오작가 보라는 듯 갈고 닦은 체력을 자랑하며 선두로 돌체에 도착하고, 윤대장은 미련을 못버리고 두릅나무를 기웃거린다.

 해발 1000m대의 두릅 

 돌체 II

 오삼불고기  

 법륜이 보내준 국화주 

 

moon 

 

 오늘의 먹거리는 돌체정식으로 오삼불고기, 삽겹살, 황태구이, 골뱅이 국수무침, 냉이국, 불미나리, 애기상추에 법륜이 보내온 국화주로 반주를 곁들인다.

 청량(淸凉) 왈 '대통령이 이 맛을 알까?'

침낭에 들어가니 달빛 교교하고, 물소리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 2일차

 산중의 아침은 상쾌하다.

이른 아침에 그 찻집 '돌체'에서 자히르가 타준 커피를 마신다.

사골에 떡국을 끓여 아침을 먹은 후 배낭을 꾸리고 잠시 여유를 즐긴다.

 

  Melody 슬로프로 오르는 길은 다소 경사가 가파르고, 북사면에는 지난 겨울 북적이던 스키장의  잔설이 아직 남아 있다. 멜로디 스테이션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보니 겨우내 눈 속에 감춰졌던 자연 파괴의 흔적과 인공구조물의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슬로프 마지막 된비알 흰 눈의 공지선과 고사목이 잘 대비된 파란 하늘이 문득 눈에 들어온다.

 

출발전 휴식 

 

 

 

자히르 

 

 

 

 실크로드 배수로의 얼음 

 향적봉은 이른시간이라 인적이 전혀없고...

실크로드로 내려와 칠봉을 들러 하산 길을 설천하우스로 잡는다.

 

 이따금 한국조폐공사 시그널이 있을 뿐 희미한 능선 길이 이어지고, 무명봉마다 무너진 돌무더기는 성터의 흔적인 듯하다. 무명봉 작은 봉우리 아래 바로 무덤에서 구천동으로 내려가는 길을 버리고 왼쪽 골짜기로 내려서니 고로쇠 채취용 호스가 있고 사람의 흔적은 거의 없다.계곡을 따라 잠시 내려오니 잣나무 군락이 나오고 등로가 분명해진다. 30m가 넘는 절개지에서 조심해서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산행을 마친 후 오작가 왈 '박산행에서 산에서 세끼를 먹지 않으면 수치다'라는 말에 전원이 동의 두시간 가까이 두릅전에 하산주와 열무 비빔밥을 먹고 대전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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