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걷는 대전둘레산길
■ 일 시 : 2007년 3월 17일(토)
■ 산행지 : 대전둘레산길
■ 코 스 : 뿌리공원 - 만성산 - 새고개 - 장안봉 - 쟁기봉 - 혜천대학(2시간 30분)
■ 인 원 : 10명
* 산행기
30이 넘어 늦깎이로 교단에 선후 2년차부터 18년째 연속 담임을 했으니 흔치 않을 것이다.
1학년 6년, 3학년 8년, 2학년 4년을 계속 하면서 혈기 왕성한 까까머리 이이들과 부딪히고 살면서 간혹 곤혹스러운 일을 겪게 된다.
아침에 등교하지 않은 녀석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자율학습을 문제 삼아 학교에 나오지 못하겠다고 하니 난감한 일이다. 아이들은 갖은 핑게로 빠져나가려고 하고 교사는 주관적으로 그 진위를 선별하다 보면 모든 아이에게 공평한 것은 아니다.
체벌이 사라진 학교교육, 교육수혜자는 교사의 덜미를 잡으려고 하고, 교사가 자칫하면 학생과 학부모에게까지 치욕의 변을 당하기 일쑤다.
아침에 등산복을 입고 출근을 했다. 새학기 들어 흡연에 적발된 9명의 학생들과 주말산행을 하기 위해....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동료교사들에게 차량 지원받아 뿌리공원에 도착하니 마음은 무겁지만 날씨는 오히려 청명하다.
사진을 찍고 동료를 돌려보낸 후 뿌리공원에 들어서니 자못 한산하다.
무덤군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른 후 푸른 물을 내려다 보니 절구의 싯구가 절로 생각난다.
絶句(절구)
杜 甫
江碧鳥逾白 山靑花欲燃
今春看又過 何日是歸年
강물이 퍼러니 새는 더욱 희고...
산이 푸르니 꽃은 불붙는 것 같구나.
금년 봄도 보면서 또 지나가니
어느날 돌아갈 해인가?
교복을 입고 따라나선 녀석은 어떤 마음일까?
뿌리공원의 진산 만성산
새고개에 도착하니 녀석들 기진맥진이다. 힘들어하는 용관이를 내려보낸 후 된비알을 오른다.
쉬고 싶다는 녀석들...
능선에 올라 후미를 기다린다. 용빈이는 감기 기운으로 힘들어하고 래자는 얼굴빛이 노랗다.
장안봉을 지나 우연히 래자 어머니를 만나 인사를 하게 되고....
쟁기봉을 우회 혜천대학 입구에 도착해 최선생에게 도착을 알린다.
새고개에서 포기한 용관이를 불러 함께 칼국수를 먹으며 오늘의 짧은 총평으로 '수고했다'라고 하니,
녀석들은 '선생님! 오늘 즐거웠습니다.' '힘든 일을 즐겁게 생각하는 너희들이 고맙다. 오늘 내일 쉬고 월요일 밝은 모습으로 만나자.
앞으로 담배는?' '예! 절대 피우지 않겠습니다.' '헐'....
.
.
.
.
공교육이 불신받는 요즘 세태에 교사는 어떻게 변해야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오후...
씁쓸한 단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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