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周而不比/연소서재

학은 굶어 죽어도 곡식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鶴餓死而不粟心]

도솔산인 2024. 2. 3. 06:31

학은 굶어 죽어도 곡식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鶴餓死而不粟心]

 

 

녹차(綠此) 황오(黃五, 1816~?)는 방랑시인 난고(蘭皐) 김삿갓(金炳淵)과 교유하였고,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제주도로 귀양 갔을 때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였다. 추사의 부음(訃音)을 듣고 만사(輓詞)를 지어서 상주 모동에서 과천까지 올라가기도 한 당대 최고의 시인이었다. 황오는 뛰어난 문장력으로 당대 권력가들과의 교분도 두터웠다.

 

 

황오(黃五)가 좌의정(左議政) 영초(潁樵) 김병학(金炳學)에게 만나기를 청하는 .

(20년 전 만난 일이 있는 김병학은 좌의정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 직접 찾아가지 못하고 서신으로 자신이 왔음을 알리는 .)

 

上 潁樵 金相公 炳學

 

                          綠此 黃五(黃五·1816~?)

 

仁旺洞裏雨中見 : 인왕동에서 빗속에 만나고

回首如天二十年 : 돌이켜보니 어언 이십 년이라

北斗魁罡今海內 : 우리나라에서 북두성 중 으뜸이라

東方桃李一門前 : 동방의 현사가 문 앞에 가득하네

來時寒食欲騎馬 : 떠나올 때는 한식에 말을 타고자 했으나

今日長安無杜鵑 : 오늘 장안에 대신 울어줄 두견이 없네

風雨鷄鐘江漢夜 : 닭소리 북소리 비바람이 치는 한강의 밤에

夜深燈下未歸人 : 등불 아래 깊어가는 밤 아직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일세

 

 : 별이름강

 

 

黃五가 죽은 뒤 金炳學이 지은 輓詞

 

贈漢案 - 潁樵 金炳學(1821~1879)

 

白眼靑靑執子衿 : 슬픈 눈 부릅뜨고 그대 옷깃을 잡으니

萬人如海腹如林 : 많은 사람은 바다처럼 숲처럼 모여드네

高花寧死猶茵迹 : 고고한 꽃은 편안하게 죽어 오히려 자리에 자취를 남기고

飢鶴平生不粟心 : 학은 굶주려도 평생 곡식을 마음에 두지 않네

滿地煙霞閒養癖 : 혼탁한 이 세상에서 한가로이 지내면서

掌天樓閣笑爭陰 : 하늘을 떠받든 누각이 그늘 다툼을 비웃네

杜鵑寒食多驚我 : 두견과 한식으로 나를 많이도 놀라게 하더니

五百年來此一音 : 오백 년 이래 최고의 시인일세

 

 

※ 황오(黃五, 1816~?) 자는 사언(四彦), 호는 녹차(綠此녹차거사(綠此居士한안(漢案동해초이(東海樵夷녹일(綠一)이다. 조선 후기인 1816(순조 16)에 함양군 지곡면 공배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장수(長水)이다. 어머니는 영일정씨(迎日鄭氏), 정추희(鄭樞熙)의 딸이다.

 

황오 (黃五)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행적은 알 수 없다. 다만 황오가 저술한 황녹차집(黃綠此集)에서 “10대에 사서를 외우고 20대에 한양에 올라와 벼슬에 뜻을 두었으나 이루지 못하고 30대에 명산대천을 유람하고 40대에 집으로 돌아왔다.”라는 내용으로 보아 대략의 행적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황오는 뛰어난 문장력으로 인해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조두순(趙斗淳, 1796~1870), 김병연(金炳淵, 1807~1863), 김병학(金炳學, 1821~1879), 신석우(申錫愚, 1805~1865), 박규수(朴珪壽, 1807~1877), 조재응(趙在應, 1803~?) 등 당대 사대부들과 많은 교분을 쌓을 수 있었다.

 

함양군지(함양군지편찬위원회, 1997)에 따르면 황오는 유호인(兪好仁, 1445~1494)·표연말(表沿沫, 1449~1498)·이후백(李後白, 1520~1578)과 더불어 함양의 4대 문장가로 기록되어 있으며, 시문과 필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1932년에 이종소(李鍾韶), 강신용(姜信鏞) 등이 편집·간행한 황녹차집(黃綠此集)이라는 시문집이 있다. 21책으로 된 연활자본이다. 권두에는 최영년(崔永年, 1859~1935)의 서문과 권말에는 강신용의 발문이 있다. 함양 지역을 소재로 하여 쓴 시도 한편 수록되어 있다. 대표 시로 야회(夜會), 유소사(有所思), 해당루소작(海棠樓小酌)등이 있다.

 

201712월에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에서 백화산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단체가 황오의 묘지를 발견하고 묘지석을 설치하였다.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에 황오 시비가 세워져 있고, 20171214일에 열린 제1회 옥동서원 학술대회에서 녹차 황오의 문학 연구가 발표되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