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周而不比/도솔잡기

'학(瘧)을 떼다.'의 어원[펌]

도솔산인 2014. 6. 26. 09:00

 

'학(瘧)을 떼다.'의 어원

 

 

 '학을 떼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본 적이 있나요. 사실 저도 그렇게 많이 사용해 본 기억은 없습니다. 이는 문학이나 소설'을 통해서 주로 만난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왜 이런 표현을 써 온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아주 괴롭고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는데 애를 먹는 경우를 종종 당하곤 합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바로 '학을 떼다'라는 표현입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의 공포 상황'도 학을 뗐다고 웃으며 얘기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면 이 말의 어원은 무엇일까요?

 

 오늘 내용은 "김지형의 국어마당, 우리말 이야기"와 "국립국어원"의 글들을 참고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직접 방문하시면 건양대학교에 재직 중인 김지형 교수의 쉽게 풀어 설명한 우리말의 숨결과 다양한 글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학질(말라리아)'과 관련이 있는 '학을 떼다'

학을 떼다'에서 보면, "학 + 을"처럼 '학'에다 목적격 조사 '을'이 붙어 있습니다. 이를 볼 때, '학'은 명사일 것입니다. 여기서 '학'은 원래 한자말입니다. 아래와 같이 쓰는데, 이 글자는 '학질 학'자입니다. 瘧 한자로 이렇게 씁니다.

 

 학질은 '말라리아(malaria)'를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 원충은 얼룩날개 모기류(Anopheles species)에 속하는 암컷 모기에 의해서 전파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중국 얼룩날개 모기(Anopheles sinensis) 암컷이 말라리아 원충을 전파시킵니다.

 

 이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린 후 인체에서 감염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는 2주~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오한, 발열, 발한의 전형적인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데, 원인 병원체의 종류에 따라 증상 및 특징이 각기 조금씩 다릅니다.

 

 학질에 걸리면 대개 열이 많이 나면서 구토와 설사를 하게 되고 빈혈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3~4일 정도 열이 나다가 하루 정도 멀쩡해지고, 다시 열이 나기를 반복하는 아주 고통스러운 열대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토착 말라리아는 3일열 원충(Plasmodium vivax)으로, 1970년대에 사라졌다가 1993년 이후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전염병입니다. 다시 말해서, 말라리아는 학질모기에 의해 옮겨지는 전염병인 것입니다.

 

 이제 결론적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런 '학을 떼다'라는 표현은 '학질을 떼다'라고도 합니다. 바로 이런 무서운 전염병, '학질'을 떼어내는 것, 즉 '학질에서 벗어나는 것'이 원래의 뜻입니다. 지금은 원래의 의미보다는 '아주 괴롭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더 자주 쓰입니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 '학질'을 비유했던 것으로 볼 때, 이 병이 예전부터 우리를 아주 괴롭혀 온 무서운 전염병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민족의 고유 경험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물론 재미있는 상황이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말과 표현의 탄생과 사멸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말의 역사도 참 재미있다고 생각됩니다.

 

달리 보면, 우리 의학 발달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괴로운 표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새롭게 유행하고 있는 '신종 플루'를 떠올리게 합니다. 오늘의 '학질'처럼 공포의 전염병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 기세가 점점 더 거세지는 듯하여 걱정입니다. 쉽게 정리되면 좋겠는데... 이렇게 정리하고 공부를 하다 보면 참 재미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