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점필재 유두류기행시를 좇아서(120813~15)

도솔산인 2012. 8. 16. 13:02

 

 

점필재 유두류기행시를 좇아서(120813~15)

 

 

▣ 일 시 : 2012년 08월 13일(월) ~ 15일(수)

▣ 코 스 13일 : 장재동 - 운암마을 - 환희대 - 선열암 - 유슬이굴 - 선녀굴 - 의논대 - 고열암 - 신열암 - 함양독바위 - 새봉 - 청이당 - 영랑재

          14일 : 영랑재 - 중봉 - 상봉(성모사지) - 향적사지

          15일 : 향적사지 - 장터목 - 세석 - 백무동

▣ 인 원 : 4명(竹篦子님, 하늘바위님, 烏子님, 余)

 

 

 

나는 평소 탐구산행의 열정과 식견이 없거니와 세상에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지극히 꺼리는데... 지리동부에서 우연히 만난 <죽비>님과 <하늘바위>님에게 점필재의 유두류 기행시를 좇아 산행할 것을 먼저 제안하였고 3일 내내 주~욱 비가 내리는데도 미련하게 감행하였습니다. 선열암에서 빗장을 지른 구름이 뿌리내린 우뚝 솟은 바위를 보고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詩句와 선열암이 일치함에 자못 놀랐습니다. 산행의 방법과 느낌은 여러 갈래여서 취향이 다르겠지만 홀로 아니 넷이 함께 느꼈던 뿌듯함을 어떻게 표현하리요? 산행기는 원시에 충실한 국역으로 갈음합니다.

 

 

 

 

 

 

 

先涅庵址(선열암지)

 

 

 

先涅庵(선열암) - 김종직(金宗直)

 

門掩藤蘿雲半扃(문엄등라운반경) : 문은 등나무 덩굴에 가리고 구름은 반쯤 빗장을 질렀는데(닫혔는데)

雲根矗矗水冷冷(운근촉촉수냉랭) : 구름이 뿌리내린 우뚝 솟은 바위의 석간수는 맑고 시원하구나.

高僧結夏還飛錫(고승결하환비석) : 하안거를 마친 고승은 석장을 날리며 돌아가고

只有林閑猿鶴驚(지유임한원학경) : 다만 숲은 한가로운데 은거하는 선비가 놀라는구나.

 

注 掩藤 : 등나무 扃 : 빗장경 닫을경. 矗矗 : 우뚝솟을 촉. 冷冷 : 맑고 시원하다. 結夏 : 하안거를 마침. 錫 : 錫杖, 禪杖 도사 승려가 짚는 지팡이. 只 : 다만 猿鶴 : '원숭이와 학'의 의미는 猿鶴沙蟲(원학사충)의 준말로 은거하는 선비를 이르는 말. 주목왕周穆王의 군대가 몰살되어 군자는 죽어서 원숭이나 학이 되고 소인은 죽어 모래나 벌레가 된다는 고사에서 유래함.

 

 

 

 

유슬이굴

 

 

 

 

선녀굴

 

 

 

 

송대마을

 

 

 

 

 

 

 

 

 

 

 

 

의논대에서 바라 본 와불산(상내봉)

 

 

 

議論臺(의논대) - 김종직(金宗直)

 

兩箇胡僧衲半肩(양개호승납반견) : 호로중 두 사람이 장삼을 반쯤 어깨에 걸치고,

巖間指點小林禪(암간지점소림선) : 바위 사이 한 곳을 소림선방이라고 가리키네.

斜陽獨立三盤石(사양독립삼반석) : 석양에 삼반석(의논대)에 홀로 서있으니

滿袖天風我欲仙(만수천풍아욕선) : 소매 가득 가을바람이 불어와 나도 신선이 되려하네.

 

注 兩箇 : 두사람. 胡僧 : 호승으로 국역했는데 정확한 설명이 부족함. 胡人 : 북방 서역의 이민족, 남을 업신여겨하는 말. 點 : 지점(장소) 한곳. 衲 : 장삼납. 箇 : 낱개 물건을 세는 단위. 2구 미타봉을 소림선방으로 표현함.

 

 

 

 

 

 

함양독바위

 

 

 

 

숙고열암을 다시 암송하라 재촉하더니, 죽비자(竹篦子) 홀연 상념에 젖습니다.

 

 

 

 

宿古涅庵(고열암 박) - 김종직(金宗直)

 

病骨欲支撑(병골욕지탱) : 지친 몸 지탱하려고

暫借蒲團宿(잠차포단숙) : 잠시 포단 빌려 잠을 자는데

松濤沸明月(송도비명월) : 소나무 물결(파도소리) 달빛 아래 들끓으니

誤擬遊句曲(오의유구곡) : 구곡선경에 노니는 듯 착각하였네.

浮雲復何意(부운복하의) : 뜬 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가?

夜半閉巖谷(야반폐암곡) : 한밤중 바위 골짜기 닫혀있구나.

唯將正直心(유장정직심) : 오직 올곧은 마음을 가진다면

倘得山靈錄(당득산영록) : 혹시 산신령의 살핌을 얻으려나.

 

注 病骨(병골) : 지친 몸, 蒲團(포단) : 부들로 만든 둥근 방석, 浮雲(부운) : 간신. 인생의 덧없음. 不義로 富貴榮達을 누림. 句曲(구곡) : 강소성(江蘇省)에 있는 己山 또는茅山(모산)이라고 함. 巖谷(암곡) : 고열암, 將 : 持也(가질장), 倘 : 혹시당. 錄 : 省(살핌)也

 

 

 

 

 

古涅庵址(고열암지)

 

 

贈古涅僧(고열암 중에게 주는 시) - 김종직(金宗直)

 

 

                                                         佔畢齋

 

求名逐利兩紛紛(구명축리양분분) : 명예를 구하고 이익을 좇는(따르는) 것 둘 다 어지러우니

緇俗而今未易分(치속이금미이분) : 지금은 승려와 속인을 구분하기 어렵구나.

須陟頭流最高頂(수척두류최고정) : 모름지기 두류산 상봉에 올라보게나.

世間塵土不饒君(세간진토불요군) : 세간의 흙먼지는 그대를 배부르게 하지 못한다네.

 

注  紛紛 : 어지럽다. 緇 : 검은옷치, 승복치, 승려, 중치. 湏(회) : 沬(세수하다) 潣(물졸졸흘러내릴민) 물이 평탄하게 흐르는 모양. 영신암에도 나오는데 문장에서는 처음 본 한자로위 3구에서 고전번역원 자료는 湏(세수할회, 물졸졸흐를회)로 나오는데 천천히로 국역하였으나, 문맥상 須(모름지기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름지기(반드시, 꼭) 두류산 천왕봉에 올라보게나.’ 로 산행을 권하는 내용.

 

 

 

 

 

신열암지

 

 

 

安樂門

 

 

熊泉곰샘

 

 

 

진주독바위

 

 

 

永郞岾영랑재

 

 

中秋天王峯不見月(중추절 천왕봉에서 보름달을 보지 못함) - 김종직(金宗直)

 

抽身簿領陟崔嵬(추신부령척최외) : 공무에서 잠시 벗어나 높은 산에 올랐는데

剛被良辰造物猜(강피양진조물시) : 좋은 날 조물주 강한 새암을 받는구나.

霧漲寰區八紘海(무창환구팔굉해) : 운무는 천지에 넘쳐서 팔방(팔굉)이 바다이고

風掀巖石萬搥雷(풍흔암석만추뢰) : 바람이 바위에 몰아쳐 뇌성벽력을 치네.

勝遊天王知難繼(승유천왕지난계) : 천왕봉 달맞이 놀이(승유) 계속되기 어려워

淸夢瓊臺未擬回(청몽경대미의회) : 경대의 맑은 꿈(천왕봉 달맞이) 다시 함을 헤아리지(장담하지) 못하겠네.

時有頑雲暫成罅(시유완운잠성하) : 때때로 무지막지한 구름 잠시 틈을 만들지만,

誰能取月滿懷來(수능취월만회래) : 누가 능히 보름달을 취해 가슴에 품고 올 수 있으리?

 

注 簿領 장부부, 기록할령. 장부에 기록함. 공무. 寰 : 기내환, 천하환, 하늘아래, 인간세상 천하 세계 寰區 : 천하 천지 八紘 : 팔굉 넑은굉 팔방 천지, 掀 :치켜들흔 높은모양흔 掀轟 : 바람이 몰아치는 굉음 搥 : 칠추, 던질퇴 萬 : 클만. 瓊臺 : 천태산(天台山)의 서북쪽에 위치한 산봉우리의 이름. 擬 : 헤아릴의 비길의, 본뜰의, 향할의. 의심할의. 頑雲 : 흉악한 구름. 무지막지한구름 罅 : 틈하

 

 

 

 

 

 

 

 

 

香積庵址(향적암지)

 

 

香積庵無僧已二載(중이 떠난 지 이미 2년이 넘은 향적암에서) - 김종직(金宗直)

 

 

                                                         佔畢齋

 

携手扣雲關(휴수구운관) : 손을 잡고 운무로 뒤덮인 문을 두드리니

塵蹤汚蕙蘭(진종오혜란) : 속인의 발자국이 혜란초를 더럽히네.

澗泉猶在筧(간천유재견) : 아직 실개천 샘터에는 홈통이 남아있고

香燼尙堆盤(향신상퇴반) : 타다 남은 향불도 (아직) 쟁반에 쌓여있어라.

倚杖秋光冷(의장추광랭) : 지팡이를 기대니 가을빛은 차가운데

捫巖海宇寬(문암해우관) : 바위를 붙잡고 (금강대에)오르니 온 세상이 넓구나.

殷勤報猿鶴(은근보원학) : 은근히 원숭이(산사람)와 학(은둔 선비)에게 알리노니

容我再登攀(용아재등반) : 내가 다시 오르는 것을 용납해다오.

 

注 已 : 이미. 載 : 年(해년), 秋(해추). 塵蹤 : 속인의 발자취. 澗 : 산골물간, 猶(아직유) = 尙(상). 燼 : 깜부기불신 타다가 남은 것, 탄 나머지, 捫: 어루만질문, 붙잡을문, 海宇 : 해내의 땅, 국내. 寬 : 넓을관

 

 

 

 

금강대(?)

 

 

 

 

전천후 젤트 광거정

 

 

 

宿香積夜半開霽(향적암에서 자는데 한밤중에야 활짝 개었다) - 김종직(金宗直)

 

 

 

飄然笙鶴瞥雲聲(표연생학별운성) : 선학이 표연히(가볍게) 나니 별안간 구름 소리가 나고

千仞岡頭秋月明(천인강두추월명) : 천길 산꼭대기(천왕봉)엔 가을 달(보름달)이 밝구나.

應有道人轟鐵笛(응유도인굉철적) : 응당 어떤 도인이 날라리(轟鐵철적)를 시끄럽게 불어대니

更邀回老訪蓬瀛(경요회로방봉영) : 다시 회도인을 만나 (신선이 사는) 봉래와 영주를 찾으리라.

 

注 笙鶴 : 선학(仙鶴)과 같은 뜻으로 생황을 즐겨불던 王子喬(왕자교)가 흰 학을 타고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함. 飄然 : 바람에 가볍게 날리는 모양, 훌쩍 떠나는 모양,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모양. 세상일에 구애되지 않은 모양. 瞥 : 瞥眼間(별안간) 岡頭 뫼 꼭대기. 鐵笛 : 쇠로만든 피리. 날라리. 應 : 응당 ~하겠다. 有 : 어느, 어떤(불특정대명사) 轟 : 시끄러울굉. 更 : 다시갱. 邀 : 만날요. 回老 : 회도인 당나라 여동빈의 별칭. 여동빈은 당나라 8仙중의 하나로 꼽히는 인물. 蓬瀛 : 봉래와 영주로 신선이 사는 곳.

 

 

 

 

시어에 나오는 거상車箱(090925~27)

 

 

 

 

 

 

 

 

 

 

 

 

 

 

靈神菴址(영신암지)

 

 

 

 

細石에는 기쁨도 근심도 없어라(120707~08)

 

 

靈神菴I(영신암) - 김종직(金宗直)

 

 

 

箭筈車箱散策回(전괄거상산책회) : 창불대와 대성폭을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노선방장석문개) : 방장의 노선사가 석문을 열어주네.

明朝更踏紅塵路(명조갱답홍진로) : 내일 아침이면 속세의 길 다시 밟으리니,

須喚山都沽酒來(회환산도고주래) : 모름지기 촌장을 불러 술이나 받아오게.

 

注 箭筈과 車箱 : 전괄은 화살 끝처럼 좁은 산마루를 말하고, 거상은 마치 수레의 짐칸처럼 우묵한 골짜기를 말하는데, 또는 전괄령(箭筈嶺)과 거상곡(車箱谷)의 명칭으로도 쓰는바, 두보(杜甫)의 망악시(望岳詩)에 “거상의 골짝에 들어서니 돌아갈 길이 없고 전괄로 하늘을 통하는 문 하나가 있구려. [車箱入谷無歸路箭筈通天有一門]” 한 데서 온 말이다. 《杜少陵詩集 卷六》 紅塵 : 붉운 먼지 속세. 湏(회)인가? 須(수)인가? 처음에는 湏(회)로 보았으나 須(수) 모름지기 꼭으로 당부하는 말로 쓰여진 듯하다. 山都 : 狒狒비비 중의 가장 큰 것. 豚尾狒狒 <爾雅, 釋獸> 狒狒. <郭璞注> 其狀如人, 面長, 唇黑, 身有毛, 反踵, 見人則笑. 交․廣及南康郡山中有此物, 俗呼之曰山都. /明, 袁宏道 <新安江詩>山都吟復笑, 猩語是耶非. 산책을 하며 '창불대는 하늘로 통하는 석문으로 올라가고 대성폭포는 한번 내려가면 올라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두보의 '망악시' [車箱入谷無歸路 箭筈通天有一門]“거상의 골짝에 들어서니 돌아갈 길이 없고 전괄로 하늘을 통하는 문 하나가 있구려"가 떠올라 전괄거상 시어를 사용한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下山吟[산에서 내려와 읊다]

 

 

                                                         佔畢齋

 

杖藜纔下山(장려재하산) : 명아주 지팡이 짚고 겨우 산에서 내려오니

澄潭忽蘸客(징담홀잠객) : 갑자기 맑은 연못이 산객을 담그는구나.

彎碕濯我纓(만기탁아영) : 굽은 물가에서 앉아 내 갓끈을 씻으니

瀏瀏風生腋(류류풍생액) : 시원한 바람이 겨드랑이에서 나오는구나.

平生饕山水(평생도산수) : 평소 산수 욕심을 부렸는데

今日了緉屐(금일료량극) : 오늘은 나막신 한 켤레가 다 닳았네

顧語會心人(고어회심인) :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에게 돌아보고 말하노니

胡爲赴形役(호위부형역) : 어찌 육체의 노역에 나아갔다고 하겠는가?

 

 

注 杖藜 : 명아주 지팡이. 纔 : 겨우재 蘸 : 담글잠. 彎 : 굽을만. 碕 : 굽은 물가기. 彎碕 : 굽은 물가, 징검다리. 瀏瀏 바람이 빠른 모양(시원한 바람) 平生 : 평소. 饕 : 탐할도, 욕심부릴도. 了 : 마칠료. 緉 : 한켜레량. 屐 : 나막신극. 形役 : 마음이 육체의 부리는 바가 된다는 뜻. 정신이 육체의 부림을 받음. 육체적인 노역.

 

 

세석에서 아는 분들을 만나 점심을 먹는데, 한줄기 소나기가 세차게 내립니다. 결국 오공능선 하산을 포기하고 한신계곡으로 내려섭니다. 함께 고생하신 세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특히 <죽비>님과 <하늘바위>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영신암지는 7월 산행 사진을 짜집기했습니다. 한상철님, 단아님, 산사님, 성림님, 산구화님, 배재길님외 여러분 산길에서 만난 모든 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복된 날 되소서...本文의 내용과 揭載게재하지 않은 한시는 첨부화일에 있습니다.

 

♣ 첨부화일 :  점필재_遊頭流紀行詩.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