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북&공룡능선 가야동계곡 산행(3일차)
* 3일차(080225)
생일날 새벽 달과 일출을 보기 위해 6시에 기상을 하였다.
어제 밤 집사람에게 전화를 하니 오늘이 나의 생일이라며 미역국은 산행 후에 끓여준다 하니 감읍할 따름이다. 세 분이 정성으로 떡&만두국의 생일상이 차려졌다. 청양고추를 넣은 양념 탓에 매운 맛이 강했지만 젤트에서 일출을 보며 아침을 먹었다.
등로에 안전시설이 되어 있어 편안하게 오세암에 내려와 가야동 계곡으로 접어든다. 수렴동으로 직접 가는 길이 있지만 봉정암으로 가는 길로 3km 남짓 작은 고개를 여러번 넘어야 가야동으로 갈 수 있다. 가야동에 이르니 봉정암으로 가는 아치형 다리가 새롭게 놓여져 있다.
어제 여러 사람이 지나간듯 완만한 계곡의 눈길을 따라 신비한 가야동의 겨울 풍경을 담으며 모두 탄성을 자아낸다. 눈 밭에 '산이뭐가좋아' '지리산만산이냐?'라고 쓰기도 하고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이야기 꽃을 피운다. 2월이라 얼음이 녹아 물에 빠질 염려도 있지만 하산 길이기에 빠져도 그리 염려할 것은 아니다.
천황문에 이르자 청빙지대가 나타나고 沼의 얼음이 희다 못해 푸른 빛을 발한다.
누런 황금 빛의 거대한 암벽 협곡으로 된 천황문의 위용은 보는 이를 압도하고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한다. 겨울의 가야동은 우회로 없이 계곡 산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부득이 출입금지의 줄을 넘어야했다.
수렴동산장에 이르러 이경수대장님(69세)께 인사를 드리고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다.
'이곳도 공단에서 새로 지어 앞으로 공단에서 관리한다'는 이야기며 산장을 운영하며 두 분 부인과 팔남매를 양육하였고 큰 부인은 얼마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며, 지난 겨울 왔다가 어르신을 뵙지 못했다는 말씀을 드렸다. 둘째 아들은 공단 직원으로 이미 취업하였고, 큰 아들도 공단직원으로 취업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다행이지만, 인심이 넘치는 산장이 내년이면 사라지고 앞으로 어르신을 뵙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찹하다.
떡만두에 새알을 넣어 양동이 만한 코펠에 가득 끓여 어른에게 한 그릇 갖다 드리고 점심을 먹은 후 여름에 다시 온다는 말씀을 드리고 수렴동 산장을 나섰다. 가야동에서 발이 빠져서 차츰 아려오는 발끝의 감각을 채근하여 천천히 용대리에 내려오니 오후 6시 10분이다.
봉정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산행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다는 덕담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 내내 눈이 내렸다. 대전에 7시간 만인 새벽 4시경 도착하여 소머리 국밥을 사드리고 인사를 나눈다. 아홉시에 <미산>님께 전화를 드리니 학교에 출근하시는 길이란다. 얼마 후 소혼에게 부산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으니 마음이 이제야 안심이다.
曉月
오세암
백담사
이번 산행은 일행에게 서로 배려하는 안정감있는 완벽한 운행이었다.
동계에 설악산 남교리에서 시작해 서북을 넘고, 공룡을 완주한 후 다시 가야동으로 돌아오는 쉽지도 짧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결국은 원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이제야 자신의 산행이 남에게 결코 자랑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앞으로 산에 계속 다닐 것인가에 대하여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의 산행이 자기도 모르게 자신과 남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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