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누각정자

함양군 마천면 소재 정자와 누각

도솔산인 2022. 2. 14. 19:42

함양군 마천면 소재 정자와 누각

 

 

1. 마천면 군자리 부연정(釜淵亭)

 

부연정(釜淵亭)

소재지 : 함양군 마천면 군자리 1067번지

건립자 : 우석(愚石) 한진석(韓鎭錫)         건립일 : 1955년   3월   3일

[개요] 춘정(春汀) 한일택(韓日宅, 1765~1844) 형제가 1800년경 함양읍에서 도마 마을로 이거함. 1933년 증손 우석(愚石) 한진석(韓鎭錫, 1900~1946)이 부연정을 건립하고, 1955년 후손들이 부연정을 중수한 것으로 추정됨. 도마 마을에서 태어난 한금순 할머니(1934년생)가 뱃속에 있을 때 어머니가 인부들에게 밥을 날라다 주었다고 함.[후손 한오식(1950년생)의 전언]

 

 

 

釜淵亭記

釜淵亭在天嶺縣南頭流山之釜淵淵上 韓公愚石諱鎭錫 與其族黨諸彦 遹追其先志而成焉者也 愚石之曾王父 春汀公 諱日宅 與其弟諱有宅 尋頭流之奧而隱焉 卽距淵密邇地也 入山後 伯季肩相隨 日至淵之上 仰矚俯瞰 壎唱箎和 誠不以三公而換天倫之愛 峨洋之樂 凡世外熙穰 所不到胸次也 伯公有二胤 曰致永 曰致性 又能上山樵俯淵魚 日事具甘旨而適親意 洎乎晩年 潭上影 課日逍遙 趾先美而作家常 嗚呼 兩世四公 孝友維則 低徊于淵而不能去者 其心有悠然見 而所不已於長吟者 無或採東籬之菊 而擁南陽之膝耶 余未及叩其胸中所薀 然意其爲淨淨潔潔不染世埃 無疑也 盖頭流爲山 磅礴積 其氣盛 故其發大 必有碩人君子隱居不汚之士 生居於其間 若四公者 其非人耶 雲水一鄕之 擧境東歸 無一不出方丈之北而成一巨川矣 川至馬川洞口 從奇岩背凹 瀉下六七丈 瀑沫噴雪成潭 俗傳 頭流山脈 東渡玄海 入黑齒之墟云 故自官府 沈巨釜于此淵 以厭厭其氣 淵之得名以釜 由此 而其深且廣 非尋常淵湫可 噫 壓氣之云事 雖近誕然 虎曰守國捍夷之圖 則誠有不可以怱焉者矣 彼黑齒之世爲東 其來有自 韓氏先公之於此淵 其必有所依于心者 不止爲等閑遊觀而已 况乙庚以後 夷禍滔天 噬我邦家 其所痛寃崩迫 無地可訴 今幸矣 山河纔定 而韓氏諸公 追慕先志 復起淵上之亭 誦于斯 邀友于斯 優哉遊哉 聊以卒歲無添 則其所以自祖德而情話胥悅樂 泰平於海波不渴者 庸有旣乎 於是乎 奮筆書之 以告登斯者云

時乙未上巳 月城 金鍾嘉 記

 

부연정기(釜淵亭記)

  부연정(釜淵亭)은 천령(天嶺:함양) 고을 남쪽 두류산(頭流山)의 부연(釜淵) 못 가에 있다. 우석(愚石) 한진석(韓鎭錫) 공이 친족들과 더불어 선대의 뜻을 따라 완성한 것이다. 우석(愚石)의 증조부 춘정(春汀) 한일택(韓日宅) 공이 아우 한유택(韓有宅)과 함께 두류산의 깊숙이 숨겨진 곳을 찾아들어 갔으니, 곧 부연(釜淵)과는 거리가 가까운 곳이다. 산에 들어간 뒤 형제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 따라 날마다 못 가에 이르러 위로 하늘을 우러르고 아래로 물을 굽어보며 화락하게 노래 부르고 화답하니, 참으로 삼공(三公)의 벼슬자리로도 천륜의 친애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이다. 백아와 종자기처럼 서로를 알아주며 즐겼으니, 무릇 세상 밖에서 분주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흉금에 이르지 않는 삶이었다.

  백공(伯公)은 두 아들을 두었는데 하나는 치영(致永)이고, 하나는 치성(致性)이다. 이들 또한 산에 올라 나무를 하고 못 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날마다 맛난 음식을 갖추어 섬기며 어버이의 뜻에 순종하였다. 만년에 이르러 못 가에 형제의 그림자(棣影) 자주 나가 날마다 소요하면서 선조의 아름다운 자취를 따르며 가정의 떳떳한 도리로 삼았다. 아, 2대에 걸친 네 분의 효성과 우애는 본받을 만하다. 못 가에서 배회하며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은 그분들의 마음이 아련히 보이기 때문이었겠지만, 길이 읊조림을 그만둘 수 없었던 데에는 혹 동쪽 울타리의 국화를 채취하던 도연명(陶淵明)과 같은 무심함과 남양(南陽)에서 무릎을 감싸 안고 양보음(梁甫吟)을 부른 제갈량(諸葛亮)의 마음이 어찌 없었을까. 나는 그분들의 흉금에 쌓였던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분들이 깨끗하고 깨끗하여 세속의 티끌에 물들지 않았다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개 두류산은 광박하고 두텁게(㭗 : 鬱의 속자) 쌓여 그 기(氣)가 성대하기 때문에 그 기가 발산한 것이 광대하니, 반드시 어진 덕을 가진 군자가 은거하고 세속에 물들지 않은 선비가 그 속에 살았다. 이 네 공과 같은 분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운봉(雲峯)의 물줄기와 온 고을의 물줄기, 그리고 모든 경계가 동쪽으로 흘러 어느 한 시내도 방장산의 북쪽에서 나오지 않음이 없어 큰 시내를 이루었다.

  시내가 마천(馬川) 동구에 이르러 기이한 바위의 등이 오목한 곳을 따라 6∼7척 아래로 쏟아져 내려 떨어지는 포말이 백설을 뿜어내는 듯한 못을 이루었다. 세속에서 전하기를, 두류산맥(頭流山脈)이 동쪽으로 현해탄(玄海灘)을 건너 흑치(黑齒:倭)의 터로 들어간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관청에서 큰 가마를 이 못에 가라앉혀 그 기(氣)를 누르고자 하였다. 못이 부연(釜淵)이라 부르게 된 것은 실로 이를 말미암은 것이다. 이 못이 깊고 넓은 것은 보통 못이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 기를 누른다고 한 일은 비록 허탄한 일에 가깝지만, 호랑이를 나라를 지키고 오랑캐를 막는 그림이라고 하는 점에서는 참으로 소홀히 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저 왜인들이 대대로 우리나라의 우환이 된 것은 그 유래가 오래되었다. 한씨(韓氏)의 선대 공들이 이 못에 대해 굳이 마음을 의지함이 있었던 것은 한가로이 유람하며 구경하는 데서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을사년(1905)과 경술년(1910) 이후에 섬 오랑캐의 화가 하늘까지 넘쳐흘러 우리나라를 침범하니, 나라가 위기에 처한 그 분통함은 호소할 곳조차 없었다. 이제 다행히 억압에서 풀려나 산하가 겨우 안정되었다. 한씨 제공이 이에 선조의 뜻을 추모하여 못 가에 정자를 다시 세우고 이곳에서 시를 읊으며, 이곳에 손님과 벗을 초청하였다. 넉넉하구나, 이 모임이여. 애로라지 죽을 때까지 조상을 욕되게 함이 없다면 선조의 덕을 말미암아 정답게 담화하며 서로 즐거워하며 바닷물이 고갈되지 않을 때까지 영원토록 태평하게 사는 방도가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이에 붓을 들어 이 글을 써서 이 정자에 오르는 분들께 고하노라.

 

時乙未上巳(때는 을미년 3월 3일) 月城 金鍾嘉 記

 

 

原韻(원운)

                                   曾孫 韓鎭錫

 

先公芳躅有斯坮 : 선조의 아름다운 발자취 이 대에 남아 있는데,

湖嶺中分一水來 : 호남과 영남 한 가운데를 나누어 한 시내 흘러가네.

錦壁搖光烘旭日 : 비단 같은 절벽에 흔들리는 빛 높은 해가 비추고,

簾泉嘘氣欻風雷 : 주렴 같은 시내는 기를 토해 바람과 우레 뿜어내네.

家傳淸福無餘物 : 우리 집에서 전하는 맑은 복으론 남은 것이 없으니,

誰向名庄不盡盃 : 그 누가 이 명승지에서 술잔을 비우지 않으랴.

莫怪如今經始晩 : 오늘 정자를 중수하는 일 늦었다고 의심하지 말게,

寒門孱力聚涓埃 : 가난한 문중 쇠잔한 힘으로 십시일반 모은 것이네.

 

 

瀑布坮韻(폭포대운)         

                                   曾孫 韓昌錫

 

百折寒流一石坮 : 여러 번 꺾여 흐르는 차가운 시내의 한 바위 언덕

林風淵月惹人來 : 숲속 바람 부는 부연에 비친 달이 사람을 끌어오네.

山間萬疊蒼屛畵 : 만 겹이나 두른 산간은 병풍 그림처럼 푸르고

瀑落空汀白日雷 : 허공으로 떨어지는 폭포는 한낮에도 천둥소리.

奧至招朋同對鈕 : 그윽이 이르러 벗을 불러 함께 마주한 자리에는

閒中携㯼或傾盃 : 한가한 때 술통을 갖고 와 술잔을 기울이겠지.

追思吾祖盤桓跡 : 우리 조상들이 거니시던 흔적을 생각해 보니

杖屨翛然遠世埃 : 내 발걸음조차 홀연히 세상의 티끌을 멀리하네.

 

 

又韻(우운)                       曾孫 韓箕錫

 

花春水石爲坮 : 복사 꽃잎 떠가는 봄 시내의 바위 언덕에

兄弟聯翩幾往來 : 형제분 옷깃을 나란히 몇 번이나 왕래했나.

雲外晴巒森玉 : 구름 밖 선명한 산 숲에는 옥순이 돋아나고

風前激浪瀉硠雷 : 바람 앞에 격한 폭포는 우레 소리 쏟아내네.

飄然簑笠兼雙屨 : 훌쩍 도롱이와 삿갓에 두 짝 신발 신고 와서

俄者琴棋又一盃 : 잠시 거문고 타고 장기 두다 또 한 잔 마시네.

可但吾家傳世物 : 다만 우리 가문의 대대로 전하는 물건이래야

遊人到此洗胸埃 : 여기 오는 유람객의 흉금티끌 씻어주는 것 뿐.

 

 

又韻(우운)                       玄孫 泰源

 

指點黃江舊釣坮 : 황강의 옛날 낚시하는 바위 언덕을 가리키니

吾家先業是由來 : 우리 가문 선대의 일이 여기에서 유래했네.

明沙白礫三分雪 : 하얀 모래 흰 자갈에 세 갈래로 백설 뿜어내고

怒瀑長風十里雷 : 성난 폭포 긴 바람에 우레 소리 십리까지 들리네.

問宅何煩詹尹事 : 집터 찾기 어찌 첨윤(詹尹)1)의 점치는 일 번거롭게 하리

芸山却憶祝融盃 : 향기로운 산에서 도리어 축융(祝融)의 술잔2)을 생각하네.

誰知南北腥羶日 : 누가 알겠는가, 남북이 피비린내 나게 전쟁하던 날에도

惟有斯亭不染埃 : 오직 世俗의 塵埃에 물들지 않은 이 정자만이 있었음을.

 

 

又韻(우운)                        春溪 河琪鉉

 

雲峰缺處屹孤坮 : 구름 낀 산간의 뻥 뚫린 곳에 우뚝한 바위언덕

吸盡黃江一口來 : 黃江의 물을 다 들이켜서 한 입으로 토해 내네.

坐石淸凉無暑日 : 앉아 있는 이 석대는 시원하여 더운 날이 없고

立泉磊落旣風雷 : 떨어지는 폭포는 성대하여 이미 우레 소리 나네.

偏憐二釜但沈土 : 두 가마솥 흙속에 잠겼음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고

爲賀三楹更擧盃 : 세 기둥 정자 건립을 축하하며 다시 술잔을 드네.

徊憶從前韓子筆 : 옛날 南嶽(衡山)을 유람하고 쓴 韓愈의 글3)을 생각하니

能令南嶽洗氛埃 : 南嶽의 산신으로 하여금 티끌기운을 씻어내게 하였지.

 

 

2. 마천면 삼정리 하정부락 선유정(仙遊亭)

 

소재지 :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995번지(마천 삼정로 385) 석문암(石門巖)

건립자 : 삼정리 洞契員(삼정리 동계원)  건립일 : 1976년 8월 3일

 

 

仙遊亭記

頭流一山 祖於德裕 而過峽於鳶峙 參三神一 而爲南方第一勝地也 其杳冥幽之境 避世桃源仇池也 故先賢人之嘉遯前後而踵相接焉 嗚呼盛哉 山之餘勢 支分解 散爲千峰萬壑 遙遙北馳 作馬川 馬川之三丁村前 石川縈廻 奏碎玉聲 松林參天 雲鶴之來眠 石壁環抱 宛如城廓重疊 昔仙女數人 降沐浴槽沼也 有一丈夫 名曰人傑 竊覸其沐浴 私竊其中阿美仙女羽衣 仙女尋衣 終不得 遂爲世間之人 而與之同居 生於二男 男已長成 一日月夜 夫婦樂樂 羽衣給 則乘雲上天遙遠 父子相望而絶叫 竟爲化石 世云所稱父子岩 是也 世人之蒼黃杳茫之說 未可盡信 然村有雲鶴洞 山有碧嶺 則仙人下降 庶可預測 一日村中父老 相如謀曰 如此勝地 一無嘯咏之亭 徒沒臼 可乎 衆皆欣然從之 於是 村築石 自春至夏末 工告訖 名其亭 曰仙遊亭 出濟勝之具 撰日定敍懷之期 遠近章甫 賁然以成巨會 或詩以言志 酒以論情 各極其趣 率有林下風味 頓無世間狀 皆名區之不可無之盛事也 古之山逸趣蘭雅會 豈專於古耶 願以善心善意 維舊維新 終始不替 則使斯亭 無平泉之嘆 而來傳於無窮也余雖不文 參在契員之末 故不揆僭妄 謹陳槪如右云爾

歲丙辰秋月日 慶州 鄭昌學 記

 

檀紀四三九年丙辰 秋八月 日 慶州 鄭昌學 記

 

 

仙遊亭記(선유정기)

 

 

  두류산(頭流山)은 덕유산(德裕山)에서 흘러내려 연치(鳶峙)를 지나면서 낮아졌다가 삼신산(三神山)의 하나가 되어 남방 제일의 명승지가 되었다. 깊숙하고 그윽한 경관을 갖추고 있어 세상과 동떨어진 무릉도원(武陵桃源)이나 구지(仇池)와 짝할 만하다. 그러므로 은둔을 택한 옛 현인들이 전후로 찾아와 발자취가 이어졌다. 아, 성대하구나. 두류산의 여세가 사지처럼 나누어지고 뼈마디처럼 나누어져 흩어져 천봉만학이 되었다. 멀리 북쪽으로 치달려 마천(馬川)을 되었고, 마천의 삼정(三丁) 마을 앞에서 석천(石川)이 돌고 돌아 옥이 굴러가는 소리가 나고, 솔숲은 하늘에 닿을 듯이 솟아있으며, 구름 속에서 학이 날아와 졸고 있는 듯하다. 석벽이 빙 두른 형세가 마치 성곽이 중첩된 것과 완연히 같다.

  옛날 선녀 몇 사람이 내려와 구유처럼 생긴 소()에서 목욕을 하였다. 이름을 인걸(人傑)이라고 하는 한 사내가 선녀들이 목욕하는 것을 엿보다가 아미선녀(阿美仙女)의 우의(羽衣)를 몰래 훔쳤다. 아미선녀는 옷을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하고 인간 세상의 사람이 되어 인걸과 동거하여 두 아들을 낳았다. 두 아들이 장성한 뒤 어느 달 밝은 밤에 부부가 즐겁게 노닐다가 우의를 선녀에게 건네주니, 아미선녀는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 멀리 사라졌다. 부자(父子)가 서로 바라보며 절규하다가 마침내 바위로 변하였다. 세상에서 부자바위[父子岩]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황당하고 막연하게 말하는 설을 모두 믿을 수는 없지만, 마을에 운학동(雲鶴洞)이 있고 산에 벽소령(碧簫嶺)이 있으니, 선녀가 내려온 것을 거의 예측할 수 있다.

  하루는 마을의 노인들이 함께 모여 말하기를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에 소요(逍遙)하고 시를 읊을 만한 정자가 하나도 없어 티끌이 쌓인 곳으로 내버려 두는 것이 옳겠는가.”라고 하니, 여러 사람들이 모두 흔쾌히 그 의견에 따랐다. 이에 목재를 모으고 돌을 쌓아서 봄부터 시작해 여름이 끝날 무렵에 공사를 마치고 그 정자의 이름을 선유정(仙遊亭)이라 하였다. 돈을 갹출하여 승경에서 노닐 도구를 마련하고, 날을 잡아 회포를 풀 시기를 정하였다. 원근의 선비들이 함께 반갑게 달려와 성대한 모임을 거행하였다. 혹은 시를 지어 그 심지(心志)를 노래하기도 하고, 혹은 술을 마시면서 정을 토론하였다. 각각 그들의 지취(志趣)를 극진히 하니, 대개 숲속의 풍미(風味)만 있고, 세간의 속태는 전혀 없었다. 모두 이름난 명승지에 없어서는 안 될 성대한 일이었다.

  옛날 향산(香山)의 은일의 지취(志趣)4)와 난정(蘭亭)의 아회(雅會)5)만이 어찌 옛날에 아름다운 일을 독차지 하겠는가. 원컨대 착한 마음과 선한 뜻으로 옛것을 새롭게 하고 시종 변치 않는다면 이 정자로 하여금 평천(平泉)의 탄식6)이 없게 하여 무궁한 후세에 전해지게 하지 않겠는가. 내 비록 글을 잘 못하지만 계원의 말석에 참석하여 참람하고 망령됨을 헤아리지 못하고 삼가 위와 같이 그 대강을 진술한다.

 

檀紀 四三○九年 丙辰 秋八月  日(서기1976년 가을 8월  일)

 

慶州 鄭昌學 記(경주인 정창학 짓다)

 

마천면 삼정리 선유정 상량문(仙遊亭上梁文)

 

선유정 상량문(仙遊亭上梁文)

 

仙遊亭上梁文

 

孝公之欲通蜀道而詭置金牛於塞邊 五力士之餘斧劈開三丁

始皇之謾求靈藥而遙遣徐巿於方外 三神山之仙都優勝五岳

仍羽人之秘境 尋塵士之福庭

惟此仙遊亭

樹中天之華構 廣特地之敞軒

體象乎天地 據坤靈之正位

經緯於陰陽 則星紀之圓方

因美材而究奇 抗應龍之虹梁

列芬橑而布翼 荷翬之雲駕

實列仙之攸館 非吾人之所寧

靈草冬榮 神木春茁

山阜相屬 含谿懷谷

和假道於峻嶺 岡巒絆

吳剛回影乎高標 觸石吐雲

王喬駕鶴而乘緱 應眞飛錫而躡虛

跨穹隆之懸磴 臨萬丈之絶壁

如有乎鳳簫 蕭史下於月夜

近於鸞笙 王子返乎緱山

疏煩想乎淸流 蕩遺

覲蓬萊月 爰飽方丈霞

賡頌己謠 六偉齊唱

東 天王峰頭日輪紅 丹丘宛在霱雲中 誰識惺惺服氣者

抛梁西 般讓高頭低 爲供通家王母西 蟠桃消息曾無

抛梁南 碧高迸老星南 點頭頑父率多 化石千秋難換骨

抛梁北 天馬跨天星拱北 水抱兩儀山太極 花田春色別人間

抛梁上 上摘星辰咫尺强 列子御風幾頡頏 雲牎日月隔腥靈

抛梁下 鰲背三山立極跨 琦樹璇風白霧罷 來人無禁攝仙遊

伏願 上梁之後 棟宇永安 靈區莫掩

非遺世玩道絶粒茹芝 烏能輕擧而宅之乎

寄冥搜駕信通神 何肯遙想而存之

立脩莖之仙掌 承雲表之淸露

屑瓊藥以朝飱 必性命之可延

美往昔之松喬 要羨門乎天路

想升龍於湖 豈時俗之足慕

 

檀紀四三(서기 1976)年 丙辰 九月  光山 金貴鉉 記

 

 

선유정 상량문(仙遊亭上梁文)

 

  효공(孝公)7)이 촉도(蜀道)를 뚫으려고 거짓으로 금우(金牛)를 변경에 설치했으니8) 그 당시 다섯 역사(力士)가 쓰던 도끼가 三丁 마을을 개척하였네. 진시황(秦始皇)은 부질없이 영약(靈藥)을 구하려고 방외(方外)로 서불(徐市)을 멀리 파견했으니, 삼신산의 선도(仙都)가 중국 오악(五嶽)보다 더 빼어나게 되었네. 이 산은 신선이 사는 비경으로 인하여, 속세의 사람들이 복을 구해 찾아오는 장소가 되었네. 이 선유정은 허공에 화려하게 솟구쳤고, 확 트인 특별한 곳이 드넓네. 형체는 천지를 형상하였고, 곤령(坤靈)의 정위(正位)에 근거하였네, 음양을 경위(經緯)하고 성기(星紀)의 원방(圓方)을 본떴네. 아름다운 재목을 써서 기이함을 궁구하여, 응룡(應龍) 같은 굽은 들보를 들어 올렸네. 아름다운 서까래를 벌여 날개를 펴니, 구름을 타고 날아갈 듯이 뻗었구나. 이곳은 실로 신선들이 머물던 곳이니, 우리 인간이 편안히 할 곳은 아니로세. 신령스런 약초가 겨울에도 나고, 신기한 나무들이 봄에 쑥쑥 자라네. 산언덕은 서로 이어지며 산골짜기를 품고 있네.

 

  희씨(羲氏)와 화씨(和氏)9)가 준령에서 길을 빌리자 언덕과 봉우리가 얼키설키 이어졌고, 오강(吳剛)10)이 높은 달에서 그림자를 돌리자 바위에 부딪혀 구름이 일어나네. 왕교(王喬)는 학을 타고 구산(緱山)에 올랐고,11) 응진(應眞)은 주장자를 날리며 허공을 밟았다네.12) 하늘에 걸린 돌길을 밟고, 만 길의 절벽에 임하네. 마치 봉소(鳳簫)를 듣는 듯하기도 하고, 소사(蕭史)가 달밤에 내려오는 듯하기도 하네.13) 혹 난새를 타고 생황을 부는 신선세계에 가까이 한 듯하기도 하고, 왕자교(王子喬)가 구산(緱山)에서 인사를 하고 떠나가는 듯하기도 하네. 맑은 시냇가에서 번잡한 상상을 씻어내고, 깊숙하고 어두운 곳에서 남아 있는 혼령을 소탕하네. 봉래산의 달을 익숙히 보았고, 방장산의 노을 실컷 맛보았네. 이어 나의 노래를 부르니, 육위송(六偉頌)을 일제히 부르네.

 

  들보를 동쪽으로 던지니, 천왕봉 머리에 태양이 붉도다. 신선세계가 완연히 상서로운 구름 속에 있으니, 슬기로운 기를 받을 자 누구인지 알겠네.

 

  들보를 서쪽으로 던지니, 반야봉이 겸양하여 머리를 낮추려 하네. 오랫동안 세교가 있는 西王母에게 바치려 하는데, 서왕모14)의 반도(蟠桃)15) 소식 일찍이 막힌 적 없네.

 

  들보를 남쪽으로 던지니, 벽소령 높이 솟아 남극성인 노인성에 닿았네. 모진 아비가 여러 아들 거느리는 것은 이해되지만, 아비와 자식이 화석이 된 것 천추에 변하기 어렵네.

 

  들보를 북쪽으로 던지니, 천마가 하늘에 걸터앉아 별들이 북극성을 향하네. 물줄기 음양을 포괄하고 산은 태극 모양 되었으며, 꽃핀 들녘 봄빛은 세상과 떨어진 별천지로세.

 

  들보를 위로 던지니, 위로는 별을 답을 듯 지척처럼 가깝네. 열자(列子)가 바람을 몰고 누차 오르내리듯, 구름 낀 창의 세월은 속세와 신령스런 세상 갈라놓았네.

 

  들보를 아래로 던지니, 자라 등의 세 산16)이 자리하여 극을 세웠네. 기이한 나무와 바람에 흰 안개가 걷히니, 선계 유람 찾아오는 이 금함이 없네.

 

  삼가 바라건대, 상량한 뒤에는 이 정자가 영원히 보전되고 신선 세계가 막힘이 없기를. 세상에 쓰이지 못하고 버려져 도를 완미하며 곡식을 끊고 신선초를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찌 능히 가벼이 발걸음을 하여 이곳에 자리를 잡겠는가. 세속에서 멀리 몸을 맡기고 아득히 깊은 곳을 찾아 서신을 싣고 신과 통함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찌 요원한 상상을 하여 그곳을 보존하려 하겠는가. 긴 줄기의 선인장이 서 있어, 구름 끝의 맑은 이슬을 받네. 선약(仙藥)을 가루 내어 아침 식사를 하니, 반드시 타고난 본성을 연장할 수 있으리라. 옛날 장수한 신선 적송자(赤松子)와 왕자교(王子喬)를 찬미하며, 천로에서 선인 선문자고(羨門子高)를 찾네. 승천하는 용이 호수에서 오르기를 생각하니, 어찌 시속을 족히 사모하리.

 

檀紀 四三(서기 1976)年 丙辰 九月 日

 

光山 金貴鉉 記(광산인 김귀현 짓다.)

 

 

 

仙遊亭八景(선유정팔경)

 

仙亭松風 : 선유정의 솔바람

策策嘘來閬苑風 : 솔솔 불어오는 솔바람은 선경에서 불어오고

翬飛縹緲霱雲中 : 날아갈 듯한 선유정 상서로운 구름 속에 있네.

語鶴千秋月 : 학이 되어 온 정령위(丁令威)의 말17) 천추의 밝은 달

長照蒼松不世叢 : 길이 푸른 솔에 비추니 속세 풍경 아니로세.

 

虹橋彩雲 : 홍교(虹橋)의 채운(彩雲)

駕雲赴鶴偃雙橋 : 구름 타고 날아온 학이 쌍교(雙橋)에 누웠으니

月夜殷殷弄玉簫 : 달밤에 은은하게 옥피리 소리 들리는 듯하네.

人渡于今虹彩起 : 사람이 다리를 건너가자 무지개 채색 일어나니

怳如列子御風飄 : 황홀하기가 列子가 바람 몰고 가는 것 같구나.

 

冊山錦屛 : 앞산의 비단 병풍

案對冊山繞錦屛 : 책상 앞 책산(冊山)은 비단 병풍을 두른 듯한데

五丁雷斧闢三 : 옛날 오정(五丁)18)의 우레 같은 도끼 삼정마을 열었네.

天公留置媧皇鍊 : 천제께서 와황연석(媧皇鍊石)19)을 이곳에 머물게 하였으니

石是還峰峰是當 : 그 돌이 봉우리 되었고 봉우리가 앞에 마주하였네.

 

石門游魚 : 석문 앞에 노는 물고기

種得金鱗丙穴魚 : 금비늘이 있는 종자로 병혈(丙穴)20)에서 노는 물고기였는데

何妨石門居 : 햇볕에 포가 될지라도 어찌 석문에 사는 것이 방해되리.

不知淵躍天機發 : 못에서 뛰노는 것이 천기(天機)가 발동한 것인 줄 모르고

謾說濠梁樂自如 : 장자는 물고기 노는 즐거움 안다고 헛되이 말했네.21)

 +=포루(脯也)

 

槽沼淸流 : 구시소의 청류

洗髓曾年有石槽 : 뼛속까지 씻을 것 같은 돌구시가 옛날부터 있었는데

淸流㶁㶁散香膏 : 콸콸 소리 내어 흐르는 맑은 물 향내가 퍼지는 듯.

千秋跡依然在 : 선녀가 속옷 벗어놓은 흔적 천년 후에도 그대로 있으니

何不尋源此伐毛 : 어찌 근원을 찾아 벌모(伐毛)하여 종적을 없애지 않았던고.22)

 

 

釜淵噴珠 : 가마소의 뿜어내는 물구슬

舂釜激湍亂噴珠 : 가마솥 같은 못에 떨어지는 폭포 어지럽게 물방울 뿜어내니

雷鳴天地洞龍號 : 천지에 우레가 울리고 동천에 용이 부르짖는 것 같구나.

非虹似練還宜雨 : 무지개는 아니고 흰 비단 같은데 도리어 빗방울이 되니

千古廬山隣不孤 : 천고의 여산폭포와 같아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아니하네.

 

靈源曉鍾 : 영원사의 새벽 종소리

聲聲搖月抗塵容 : 쇠북소리 새벽달 흔들어 속인을 물리치는 듯

慈雨諸天警世鍾 하늘에서 자비가 내리듯 세상을 깨우는 종소리.

梵唄靈源何處是 : 범패소리가 들려오는 영원사는 어디에 있는가.

曇花樹老白雲封 : 우담발화 피는 고목은 흰 구름이 가려버렸네.

 

[注] 선유정 편액을 보고 2句 三十三尺警世鍾 →  慈雨諸天警世鍾으로 수정함. 曇華 : [불교] 인도에서 삼천 년에 한 번씩 꽃이 핀다는 상상의 식물.

 

丹風 : 벽소령의 단풍(함양누정지)

霜白楓丹染碧宵 : 서리는 희고 단풍은 붉어 벽소령 일대를 물들였는데

繡屛綺幅罽山椒 : 곱게 수놓은 병풍 폭이 산마루까지 담요처럼 덮었네.

誰家坐愛於花勝 : 집에 앉아서 화승(花勝)23)보다 더 사랑하는 이 누구인가

烘日彩霞漲火潮 : 붉은 해에 물든 조류처럼 붉게 물들어 일렁이네.

 

사진 현판에 있는 시와 다름

 

碧霄明月 : 벽소령 명월(현판)

銀色三淸耀水精 : 삼청궁의 은색 달빛은 수정처럼 빛나고

姮娥留約遊仙伴 : 항아가 머물러 함께 선계 유람 약속했네.

廣寒高處碧霄明 : 廣寒宮 높은 곳에 벽소령엔 달이 떴네

千古盈虛照舊情 : 찼다 기울었다 천고의 운수 옛정을 비추네.

 

서울 城洞區 馬場洞 光山人 金貴鉉(서울 성동구 마장동 김귀현)

 

 

 

原韻(원운)

古木蒼蒼半覆亭 : 고목의 노송은 푸르고 푸르러 반쯤 정자를 덮었는데

登臨不覺此心醒 : 정자에 오르니 나도 모르게 이 마음이 맑아지는구나.

仙人駕鶴言何去 : 학을 타고 다닌다는 선인은 어디로 간다 말하던가

父子化石耳獨聽 : 父子가 바위가 되었다는 말을 나는 귀로만 들었도다.

玉石鳴千載水 : 바위에 부딪혀 옥구슬 소리 내는 시내 천년을 흐르고

冊山高列四時屛 : 앞에 높이 벌려있는 冊山은 사철을 병풍처럼 둘렀네.

頭流精脉正留鎭 : 두류산의 정기와 맥이 정히 이곳에 머물러 있으니

自是笻永久停 : 절로 길손의 지팡이를 오래도록 머물러 있게 하네.

 

三丁里 松菴 鄭學昌(삼정리 송암 정학창)

 

 

 

 

仙女何年降碧 : 선녀들이 어느 해에 벽소령에 내려왔던가

霞衣消息久寥寥 : 선녀의 羽衣 소식은 오래되어 적막하도다.

夫妻緣遠乘雲日 : 부부의 연이 멀어진 것은 구름 타고 올라간 날

父子恩深化石朝 : 부자의 정이 깊어진 것은 화석으로 변한 아침.

月明門岩迷駕鶴 : 달 밝은 석문암에 학을 탄 신선은 아득히 멀어졌고

灘鳴槽沼宛笙簫 : 구시소 여울물소리 젓대와 피리 소리처럼 들려오네.

爲遮奔競虹橋鎖 : 분주히 날뛰고 경쟁함을 무지개다리(虹橋)가 막으니

滿壑天風劫臼遙 : 골짜기 가득한 천풍이 속세의 잡념을 멀리하여 주도다.

 

外馬 羅州人 林命根(외마 나주인 임명근)

 

 

門岩千古 : 석문암은 오랜 세월 동안 티끌에 덮여 어두웠네

仙籙滄桑一劫成 : 상전이 벽해되고 벽해가 상전되어 인간세계 이루어졌네.

槽沼長鳴丁鶴語 : 구시소의 물소리 신선이 학을 타고 와 이야기는 듯하고

虹橋猶鎖玉簫聲 : 홍교는 신선의 퉁소소리 새어나오지 못하게 오히려 막네.

天皇半落齊眉屹 : 천왕봉은 반쯤 낮아져서 눈높이와 나란히 솟아있고 

父子相依化石橫 : 부자바위는 서로 의지해 화석이 된 채 누워있도다.

問道靈源何處在 : 길을 묻노니 신령스런 근원은 어느 곳에 있는가 

三花樹老是蓬瀛 : 늙은 삼화수(三花樹)24)가 있는 곳이 바로 봉래산 영주산이라네.

 

下丁 草溪人 卞昌燮(하정 초계인 변창섭)

 

 

 

 

次韻(차운)

 

水邊欠處建仙亭 : 시냇가 평평한 곳에 선유정을 세우고서

探景詠詩酒力醒 : 경치를 구경하고 시 읊으니 술기운이 깨네.

佛象雖畏無傳語 : 불상은 비록 경외(敬畏)스러우나 전하는 말은 없고

父子有情未答聽 : 부자바위 서로 다정하나 답을 듣지는 못하누나.

冊岫花時粧染色 : 책산 봉우리 꽃이 피면 곱게 단장하여 물들고

楓節畵錦屛 : 벽소령은 단풍철에 그림을 그린 비단 병풍일세.

雲沈綠水吟龍臥 : 구름은 푸른 물속에 잠겼고 용은 누워 신음하며

月掛虹橋鶴亭 : 달은 홍교에 걸려 있고 학은 정자에 깃들어 있네.

 

下丁 耽津人 松阜 崔在玉(하정 탐진인 송부 최재옥)

 

 

次韻(차운)

 

溪上碧松松下亭 : 시냇가의 푸른 솔 숲 솔 숲 아래의 선유정

鶴眠幾日夢魂醒 : 학이 며칠 동안 잠을 자다 꿈속 혼이 깨었던가.

仙人往跡昭然在 : 신선이 왔다가 떠난 흔적 뚜렷하게 남아 있고

父子化巖的歷聽 : 부자가 바위로 변했다는 이야기 또렷이 들리네.

流水潺湲鳴似玉 : 시내는 잔잔히 흘러 옥이 굴러가는 소리 같고

靑山重疊列如屛 : 청산은 첩첩이 쌓여 병풍을 둘러놓은 것 같구나.

滔滔此世我安適 : 도도한 세류 속에 내 편안히 지내기에 안성맞춤

與子逍遙笻屨停 : 그대와 소요하며 지팡이 짚고 머무는 곳이로세.

 

都馬 淸州人 桃岩 韓潤坤(도마 청주인 도암 한윤곤)

 

 

淸遊不下晋蘭亭 : 맑게 노니는 것 晉나라 난정(蘭亭)만 못하지 아니하니

滿座良朋醉未醒 : 자리 가득한 어진 벗들 취흥이 깨지 아니하네.

高山流水皆壯觀 : 높은 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은 모두 장관이요

飛瀑啼鳥總奇聽 : 폭포수와 새 울음소리 모두 기이하게 들리누나.

樂士對琴難上曲 : 악사가 거문고를 대해도 上曲을 연주하기 어렵고

畵工緝筆莫摸屛 : 화공이 붓을 잡아도 병풍을 그려내지 못하리라.

仙居舊洞何無跡 : 신선이 살았던 옛 마을에 어찌 자취가 없으리오

父子岩逢客馬停 : 부자바위를 만나 나그네의 말이 머물러 서는구나.

 

咸陽邑 下洞 金海人 靑岩 金尙珣(함양읍 하동 김해인 청암 김상순)

 

 

曾羨蘭庭築是亭 : 일찍이 옛날 난정(蘭庭)25)의 놀이 부러워 이 정자를 지었더니

人非晋士趣同醒 : 晉나라 선비 아닌 사람들이 깨어난 듯 지취가 같구나.

丈山隣接仙緣近 : 방장산에 인접하여 있으니 신선의 인연이 가깝고

洞口雲深世擾屛 : 동구에 구름 깊으니 세상의 시끄러움 가린 병풍일세. 

煙水朝陽魚躍看 : 안개 낀 냇물  아침 햇살에 물고기 뛰는 것이 보이고

松林夜月鶴鳴聽 : 소나무 숲 밝은 달밤에 학의 울음소리 들리는 듯하네.

勝遊何事黃昏急 : 좋은 놀이가 즐거운데 무슨 일로 황혼은 급히 오는가

頻勸酒盃故不停 : 자주 술잔 권하기 때문에 술잔이 머물러 있지 않네.

 

咸陽邑 校山里 南原人 芸亭 梁彩容(함양읍 교산리 남원인 운정 양채용)

 

 

三丁不老自成亭 : 삼정마을 늙지 않은 벗들이 정자를 지었는데

夢醒 : 절에서 들리는 저녁 종소리 밤 꿈을 깨우네.

淡忘世俗眼前見 : 담담하게 세속을 잊고 눈앞 풍경 바라보니 

或恐是非耳裡聽 : 혹 속세의 시비소리가 귓전에 들릴까 두렵네.

曲回流水千仞瀑 : 굽이굽이 돌아 흘러온 물은 천길 폭포가 되고

屹立群山一幅屛 : 우뚝 솟은 뭇 산들은 한 폭의 병풍처럼 둘렀네.

冊峰舞鶴仙人笛 : 선인들의 젓대 소리에 책산에서 학이 춤을 추고

虹橋細雨客笻停 : 홍교의 가랑비에 나그네가 지팡이를 놓고 머무네.

 

下丁 金海人 石隱 金琪花(하정 김해인 석은 김기화)

 

 

何時仙女降遊亭 : 어느 시절 선녀들이 선유정에 내려왔던가

暇日登臨俗累醒 : 한가한 날 올라오니 세속의 잡념에서 깨어나네.

雲鶴高飛如有返 : 구름 속에 높이 나는 학 돌아올 것 같기도 한데

寂歷更難聽 : 벽소령이 적막하니 다시 듣기는 어려울 것 같네.

釜淵石千年玉 : 부연의 바위들은 천년토록 변치 않는 백옥 같고

峙樹休萬古屛 : 책산의 아름다운 나무들 만고에 둘러 있는 병풍.

始覺靈區於此在 : 신령스러운 세계 여기에 있는 줄 비로소 깨달으니

百世不亭亭 : 영원히 백세토록 전하여 우뚝 서 있지 아니하리.

 

下丁 金海人 又松 金琪英(하정 김해인 우송 김기영)

 

 

石門千載起新亭 : 석문암의 터에 천년 뒤에 새로 선유정을 세우니

亭上淸遊俗累醒 : 정자 위의 맑은 놀이 속진에서 깨어나는 듯하네.

峽裡月明雲鶴起 : 깊은 골짝 달이 밝아 학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니

林間夜靜碧簫聽 : 숲속 고요한 밤에 푸른 퉁소 소리가 들려오누나.

一區形勝開仙界 : 한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 신선세계를 열었고

萬疊山光列畵屛 : 만첩의 산 빛은 그림 병풍을 펼쳐놓은 것 같네.

世外囂塵無可到 : 세상 밖의 때 묻은 사람들은 찾아올 수가 없고

尋眞笻屨也登停 : 진경을 찾은 선비만이 머무를 수 있는 정자로세.

 

柳林面 晦洞 潘南人 朴仁緖(유림면 회동 반남인 박인서)

 

 

[注]

1) 詹尹은 옛날 점을 잘 치던 사람이다. ?楚辭? 「卜居마음이 번거롭고 생각이 산란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기에 太卜 鄭詹尹을 찾아가 보았다.”라고 하였다.

2) 송나라 때 朱熹張栻과 함께 남악인 衡山을 유람하면서 최고봉인 祝融峯에 올라 술을 마시고 지은 추하축융봉(醉下祝融峯)이라는 시에 내 만리에 장풍을 타고 오니, 절벽과 층운에 가슴이 트이네. 탁주 세 잔에 호기가 발하여, 낭랑히 시 읊으며 축융봉을 내려오네.[我來萬里駕長風 絕壑層雲許盪胸 濁酒三杯豪氣發 朗吟飛下祝融峯]”라고 한 것을 말한다.

3) 당나라 때 韓愈가 지은 謁衡嶽廟遂宿嶽寺題門樓)를 가리킨다. 한유가 衡山을 유람할 적에 날씨가 좋지 않아 정성스런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자 구름이 맑게 개였다고 한다.

4) 나라 때 白居易가 벼슬에서 물러나 洛陽 香山에 은거하여 승려 如滿 등과 香火社를 결성하고 香山居士라 자호하고서 시를 지으며 만년을 보낸 지취를 가리킨다.

5) 東晉 王羲之가 봄날 會稽山 蘭亭에서 친지와 벗들을 모아 성대한 연회를 베푼 것을 가리킨다.

6) 平泉나라 때 재상 李德裕의 별장 이름이다. 이덕유는 平泉山居戒子孫記에서 후대에 이 평천을 파는 자는 내 자손이 아니며, 평천의 나무 하나 돌 하나를 남에게 주는 자는 훌륭한 자제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써서 자손을 경계하였다고 한다.

7) 孝公나라 惠文公을 잘못 쓴 것임.

8) 전국 시대 나라 惠文公을 치려고 했으나 길을 알지 못하므로 돌을 깎아 다섯 마리의 소를 만들어서 항문 근처에 금을 넣어 놓고는 이것을 촉도에 갖다 놓았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는 돌소가 금똥을 눈다고 하자, 이 소문을 들은 蜀王1천여 명의 군사와 5명의 力士를 동원하여 成都로 운반해 갔다. 이 때문에 길이 뚫려 나라는 마침내 이 길을 따라 을 공격하여 빼앗았다. 그러므로 이 길을 金牛道라고 하였다.

9) 羲氏和氏는 요임금 때 천문을 관측하던 사람이다.

10) 나라 때 西河 사람으로 仙術을 배우다가 죄를 지어 달로 귀양을 가서 계수나무를 採伐하고 있다고 전한다.

11) 王喬周 靈王의 태자 으로, 칠월 칠석에 白鶴을 타고 피리를 불며 緱山의 마루에 머물러 있다가 손을 들어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고 전한다.(?後漢書? 82 王喬列傳)

12) 應眞은 불교에서 羅漢을 말하는데, 나라 孫綽遊天台山賦王喬는 학을 타고 하늘에 솟아오르고, 應眞은 주장자를 날려 허공을 밟고 간다.[王喬控鶴以沖天 應真飛錫以躡虛]”고 하였다.

13) 鳳簫弄玉蕭史가 부는 퉁소를 가리킨다. 秦 穆公의 딸 농옥이 음악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소사는 퉁소를 잘 불어서 봉새가 우는 듯한 소리를 냈다. 이에 목공이 농옥을 그에게 시집보내고 누각을 지어주었는데, 이들 두 사람이 퉁소를 불면 봉황이 날아와서 모였으며, 두 사람은 그 뒤에 봉황을 타고 날아갔다고 한다.(?列仙傳?)

14) 西王母는 서쪽 崑崙山에 사는 신선이다.

15) 반도는 서왕모가 사는 선경에서 나는 복숭아로 3천 년 만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16) 鼇背三山은 발해 동쪽에 있는 세 산이 물결에 따라 왕래하므로 큰 자라 열다섯 마리를 시켜 산을 이고 있게 하였다고 한다.

17) 요동 사람 丁令威가 신선술을 배워 으로 변해 고향을 찾아왔다가 공중을 배회하면서 이 새는 다름 아닌 바로 정영위요, 집 떠나 천 년 만에 이제야 돌아왔소. 성곽은 옛날과 똑같은데 사람은 다르나니, 仙術을 어찌 안 배우고 무덤만 저렇게 즐비한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塚纍纍]”라고 하고는 떠나갔다는 전설이 있다.(?搜神後記? 1)

18) 蜀道를 뚫은 蜀王의 다섯 명 力士

19) 媧皇鍊石은 상고시대 女媧氏 오색의 돌을 제련해 하늘을 떠받치는 天柱를 보수하고, 자라의 발을 잘라 사방을 지탱할 기둥으로 세웠다고 하는 전설을 가리킨다.

20) 좋은 고기가 나는 洞穴로 중국 漢中 沔陽縣 북쪽에 있다. 동혈의 입구가 丙向인 까닭으로 병혈이라 하며, 항상 3월에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左思蜀都賦좋은 물고기는 병혈에서 나오고 좋은 나무는 부곡에서 나온다.[嘉魚出丙穴 良木攢裒谷]”라고 하였다.

21) 莊周惠子와 함께 濠梁에서 노닐 때, 장주가 피라미가 조용히 나와서 노니, 이는 물고기의 즐거움이다.”라고 하자, 혜자가 그대는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의 즐거움을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하니, 장주가 그대는 내가 아닌데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하였다.(?莊子? 6 秋水)

22) 환골탈태함을 말한다. 東方朔鴻濛의 늪에서 노닐다가 별안간 황미옹을 만났는데 나는 火食을 끊고 精氣를 흡수해 온 지가 이미 9천여 년이 된다. 3천 년 만에 한 차례 뼈를 바꾸고[反骨] 뇌를 씻었으며[洗髓], 2천 년 만에 한 차례 뼈를 찌르고[刺骨] 털을 갈았으니[伐毛], 나는 태어난 이후로 세 차례 뇌를 씻고 다섯 차례 털을 갈았다.”라고 하였다.(?西京雜記?)

23) 화승은 울긋불긋한 머리장식으로, 정월 7일 일곱 가지 채소국을 먹고 翦綵花勝을 만들어 꽂고 다니며 높은 언덕에 올라가 시를 읊는 풍속이 있었다.

24) 三花樹印度에서 나는 貝多樹異名으로 1년에 세 번 꽃을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는 신선이 사는 세계에서 피는 꽃을 상징한다.

25) 蘭庭나라 王羲之가 연회를 베푼 會稽山 蘭亭을 가리킨다.

 

 

 참고(최석기 교수님)

1) 이하 빨간색은 오자를 고친 것이고,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를 했으니,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 번역문은 전부 다시 작성했기에 빨간색으로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는 글자나 어휘 풀이를 한 것은 대부분 없애고, 대신 고사 등은 각주로 달았으니, 다시 정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