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지리에서 3박4일 머물기(130801~04)

도솔산인 2013. 8. 5. 09:37

 

지리에서 3박4일 머물기(130801~04)

 

 

▣ 일   시 : 2013년 08월 01일 ~ 04일

▣ 대상산 : 지리산

▣ 코   스 : 광점동 - 얼음터 - 영감절터 - 영리봉(1432m) - 두류봉(1530m)  - 영랑재 - 두류능선 - 광점동

▣ 인   원 : 출발 3명(월하독주, 오대장), 박지 합류 2명(사니조아, 안샘)

 

 

 

 

醉作(취해서리..)

 

 

 

                                                             호연재(1681~1722)

 

                                                                              醉後乾坤闊(취후건곤활) : 취한 뒤에야 건곤이 트이고

                                                                              開心萬事平(개심만사평) : 마음을 여니 만사 태평일세

 

                                                                              悄然臥席上(초연와석상) : 조용히 자리 위에 누워있으니

                                                                              唯樂暫忘情(유락잠망정) : 오직 즐거움뿐 잠시 상념을 잊노라.

 

 

 

* 乾坤 : 천지. 闊 : 넓을활 트일활. 悄 : 고요할초 근심할초, 엄할초. 悄然 : 조용히, 고요히. 情 : 생각, 상념, 남편에 대한 원망

 

 

(지리에) 취한 뒤에야 건곤이 트이고/마음을 여니 만사가 태평일세

조용히 자리 위에 누워있으니/오로지 즐거움뿐 잠시 상념을 잊노라

 

 

☞ 注 호연재는 자경편에  “비록 여자의 몸이라도 부모님이 낳아 길러주신 은혜를 입어 명문가에서 생장하였으니, 어찌 용렬하게 금수의 무리(?)와 더불어 길고 짧은 것을 다툴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으니 '지아비가 버린다면, 나 또한 매달리지 않으리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호연재는 자존심 강하고 학문이 뛰어났던 조선시대의 여성 지성인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번민과 고뇌, 좌절을 시를 통해 승화시켰다. 호연재는 42세의 짧은 나이로 운명하였다.

 

'취한 뒤에는 건곤이 드넓어/마음을 열매 만사가 태평하도다/고요히 돗자리 위에 누웠으니/잠시 세정을 잊고 즐길 뿐...'

 

출처 : 문희순 지역여성문화연구소 공동대표의 '조선의 선구적 여성지식인, 김호연재'에서

 

 

 공룡능선 1275봉안부(120803~07)

 

 

대청봉(120804~07)

 

 

마음은 雪嶽에 두었지만 정작 몸은 홀로 智異로 달려가고 있었다.

 

 

두류봉

 

 

오래되지 않아 <월하독주>에게 전화가 오고,

<烏대장>은 구례에서 남원을 향하고 있었다.

 

인월에서 픽업 광점동에서 얼음터에 오르니 

뇌성벽력을 동반한 소나기가 한 줄기 쏟아졌다.

 

우산을 쓰고 나타난 <월하독주>님과 합류하고

이곳에서 하루 머물기로 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별빛은 초롱초롱하고 술로 헤롱헤롱한 밤이여!

칠흑같은 어둠이 걷히고 고요한 아침을 맞는다.

 

이번 산행의 모토는 최대한 머무는 산행이지만

여유있는 출발을 하고 싶어도 시절이 수상하니

늦출 수가 없네.

 

 

바람 한 점 없는 산 길을 말 없이 걸어 들어갔다.

 

 

 

 

진한 숲 향기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가기를 반복하다가,

작은 계곡의 넓은 반석 위에 자리를 펴고 점심床을 차렸다.

 

 

고로쇠 줄은 임시 빨래줄이 되었고

빛은 녹음을 타고 숲속으로 스며들었다.

 

 

영감절터

 

영감절터에서 식수를 취수하니 갈 길이 멀지 않다.

 

영리봉 직전에 돌을 하나 주워 무덤에 돌탑을 쌓으며,

오늘 숙박비를 계산하고 하룻밤 묵어 갈 것을 請했다.

 

 

광거정III 1.5m×2.4m×1.2m(h) 중량 1.3kg 2~3인용 Zelt

 

 

 

 

 

 

 

 

 

 

 

1432봉에서 석양에 나누는 차 한 잔의 즐거움이야.

글을 아는 자가 사람노릇 하기 쉬운 세상이 아니지.

 

자고로 산을 찾는 즐거움이 무엇이지 난 몰라!

예나 지금이나 못난 선비들의 잡된 놀이지 뭐.

 

 

하늘은 수를 놓은 듯한 수많은 별들 사이로 유성이 선을 긋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문득 잠에서 깨니 비몽사몽간 흰구름 내 눈썹을 스치고 지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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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아침은 아름다운 빛의 향을 선사했다. 

 

 

 

 

 

 

 

 

 

 

 

 

 

 

 

 

 

 

세석 하늘에 점 무지개

 

나는 세석 하늘 위에 점 무지개를 보았다.^^

 

 

지난 밤 <山友>가 저 곳에 머문다고 했는데,

내게 주능은 이제 가기 힘든 곳이 되었다네..

 

 

 

 

 

 

 

 

 

 

 

 

 

 

 

 

 

 

 

 

 

 

 

 

 

 

 

 

 

 

 

 

 

 

 

일행은 적송 군락이 있는 암봉으로 산책을 가고,

영리봉에서 구름놀이 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 나절 운무쇼를 즐겼다.

매듭은 송곳으로 풀고 구름은 바람이 푸는거야.

바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산우 두 분이 중봉에 있다고 해서 서둘렀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주룩주룩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천둥 번개가 일어나는 泊地에서의 합류!

 선수들은 장대비에도 손놀림이 신속했다.

 

처음 뵌 <안>선생님은 얼굴이 사색인데...

갈매기 태풍 속에 미시령에서 남교리까지 걸었던 이야기를 하며

 악천후에도 오히려 여유있는 모습이다.

 

 

오늘은 정말 술이 고픈 밤이여!

나무 밑을 파헤쳤지만 허사였네.

 

저녁을 먹은 후에 비는 멈추고

구상나무숲은 엷은 박무로 한 폭의 그림이다.

 

 

 

 

어젯밤 비에 타프에 떨어진 단풍잎!

오늘 아침 알고 보니 안샘 작품일세.

 

 

배낭을 꾸리는데 빛이 들어와 브로켄을 예감했다.

먼저 올라간 <월하독주>님에게 행운이 돌아갔다.

 

브로켄 현상

                                                              사진<월하독주>님

 

 

 

 

초암능선

 

 

 

지난 밤 暴雨로 하산 길은 능선으로 잡았다.

 

두류봉

 

 

 

 

그대들은 진실로 아름다운 동행이 아닌가?

영리봉에서 마음에 點을 찍고 내려서는 길

 

 

 

적송 군락 

 

 

광점동 임도에 이르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차량을 회수하여 일행과 추성산장으로 이동

<許사장>님 下峰 第一論에 共感하며 산행을 마감했다.

 

산행을 하고 나면 더 아련해지는 내 마음...

 

두 분은 추성산장에 하루 더 머물고 우리는 떠나고....